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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ㅣ 욜로욜로 시리즈
송경아 지음 / 사계절 / 2020년 9월
평점 :
내가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이 책의 첫 이야기인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 때문이었다. 디폴트 값이 주부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예상가능한 이야rl가 재미있게 흘러갔고, 예상치 못하게 끝을 마무리 지어 매력적이었다. 이내 곧 다음 글로 나를 이끌었다.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독립생활을 시작한 나의 모습에서부터, 현재의 나의 모습까지 같이 겹쳐서 읽혀지는 부분이 많았다.
나머지의 글들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무거운 생각거리들을 하나씩 던져주었다.
늘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어서 옷이 아닌 내 살결처럼 느껴져서 그 속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기가 두려워서,내가 발가벗져지는 것 같아서 피하는 것들을 짧은 소설 속에 담아놓았다.
이렇게 쓰면 꼭 무거운 책처럼 느껴질 까봐 걱정이 되는데, 술술 읽힌다.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느껴지지 않는 고착화된 나의 생각의 껍질들을 다시 한 번 말랑거리게 할 책이다.
내가 책임질 수 있고 책임져야 하는 관계를 계속 피해다닌다면, 늘 이 모양 이 꼴이 아닐까. 항상 제로 상태인 것과, 주는 것과 받는 것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상태를 이루는 게 정말 같은 것일까. 어쩌면 상처를 주거나 받더라도 생활이라는 구덩이에 빠져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 P39
왜지?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그저 사랑하며 살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우리의 핏속에서, 기억 속에서 언제든 되살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이 폭력의 소용돌이는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 걸까? - P104
내 열다섯 살 때, 거리는 이렇게 넓고 갈 수 있는 길은 이렇게 많았던가. 분명히 자신이 지나온 길인데도, 지금 거리를 헤매고 있을 열다섯 살 여자아이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을 서른 다섯의 은수는 짐작초차 할 수 없었다. - P134
가족이란 그런 거다. 벗어버리고 싶어도 벗을 구 없는 옷, 잠겨버리고 싶어도 나를 밀어내는 물. 부정하고 싶어도 결국 돌아오게 되는 뿌리. 그렇지만 뛰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잘라버리고 싶은 사지. (중략) 하지만 결국 현재보다 더 생생하게 돌아오는 건 오래된 것들이야. - P162
산다는 게, 어른이라는 게 후회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실수를 해가면서 사는 거라서 그렇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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