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그대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가
선묵 혜자 지음 / 아침단청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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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나오시는 프로그램이나 저서등의 에피소드에서

종종 이 책 제목이 등장한다.

자네는 어디로 가는가..

당장 오늘, 내일의 행선지는 쉽게 대답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향해가는 길에 대해선 제대로 대답하기 힘들다.

편하게 묻고 편하게 듣지까지만 한다.

책의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 보면서도

막상 읽으면서도

질문이 무언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바쁜 삶 때문인지 복잡하게 얽힌 마음 떄문인지

질문은 잊은채 단어, 단어만 읽어나간 것 같다. 

 

불교적 성향을 띄는 사람들은 대답없는 질문을 늘 마음에 품고 산다.

혼란스럽고 힘든건 대답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찾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예전 법정스님이 수많은 질문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않는게 아니냐고 호통치신적이 있다고 한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현실에 맞추기 위한 답

좀 더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답을 원하기에

고통과 자괴속에서 헤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님들의 말씀은 언제나 깔끔하다.

이 책의 내용도 그렇다.

내려놓고 나누고 비우라는 말씀.

당장 다음 순간의 목적을 위해 현재를 망각하고 허상만 쫓아가지 말라는 말씀.

나를 비우고 그 비움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진정 자유로울수 있다는 말씀.

다른 불교 서적들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부분이

선묵혜자스님은 베풀고 돌아서서 잊어버리라고 하신다.

좋은 일은 널리 알려서 전파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세속적인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부분은 아닐테지만

그건 내 스스로의 울타리에서 방향을 전환시켜준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 역시 내 만족을 위한 생각인지 조심해야 할 문제이다.

 

책을 받아들고 이틀만에 다 읽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속에 들어와 내가 된 구절은 없다.

내 그릇에 그렇게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옆에 두고 늘 조금씩 젖어가야 하는 책인것 같다.

내 삶이 이 책 속과 같이 된다면 얼마나 평온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거울에 비친 그대 *

 

벽에 걸려 있는 거울만 거울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거울이 있습니다.

 

산과 들에 핀 꽃과 이슬 방울,

산새와 작은 벌레,

시냇물도 나의 거울입니다.

 

나의 가족과 동료,

문득 스친 낯선 사람도

나의 거울입니다.

 

꽃에 비친,

이슬 방울에 비친,

시냇물에 비친,

사랑하는 가족의 눈망울에 비친,

낯선 사람의 얼굴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가요?

 

예쁜가요?

못났나요?

 

그대가 생각하던

그대가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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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 메가쑈킹과 쫄깃패밀리의 숭구리당당 제주 정착기
메가쇼킹.쫄깃패밀리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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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난 이 책이 너무너무 좋다.

 

이 책은 만화가 메가쇼킹님이 서울 홍대를 벗어나

제주도에 게스트 하우스를 짓고, 정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강풀의 트윗 너머로 종종 쫄깃이라는 단어와 함께 얍삽한 콧수염 기른 장발의 캐릭터로만 알고 있는 메가쇼킹님.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동글동글하지 않는 그림체도 그렇고

남자의 장발과 수염을 저~~엉말 싫어하는 내 취향에도 그렇고

염통이 쫄깃하도록~이라는 유행어(?) 또한 부자집 도련님의 호사스러운 말장난 정도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기대하며 이책을 신청한건 시기적인 필연(?)인것 같다. ㅋ

직장 문제와 살아가야 할 걱정으로 어깨에 곰 다섯마리쯤 얹어 놓고 땅위에 질질 끌려가듯이,

사는게 너무 버겁기만 해서 동생들이랑 퇴사 후 제주도 행을 계획중이었다가

그것또한 수포로 돌아가고 만.... 그 시기였으니..

제주도에 혹 했고.. 자유로운 영혼의 메가쇼킹님에게도 혹 했다.

 

항상 화낼 준비가 되어 있는 내게

가볍고 재미있는 자극제가 필요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책을 읽는데.. 난 시간을 좀 소비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읽다가 놓고는 멀리 바라보고

사진도 들여다 보고 만져보고

그림도 따라 그리고

귤도 구워 먹으며

천천히 음미하며 즐겼다.

 

협재바다와 비양도가 손에 잡히는것 같은 착각도 했다.

 

이혼 후 방황하며 홍대를 누비다

절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문화 아지트를 홍대에 창립하려 하다가..

제주도로 변경하고

티셔츠 판매로 자금을 마련해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인 쫄깃쎈타를 건설하는 과정과

그 속의 이야기들이다.

트위터를 통해서 또 지인들에게 도움 받은 부분들..

방문해 주신 손님들

제주도의 이웃분들.

더불어가며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쫄깃쎈타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책이다.

 

즐겁기만 하려고 읽었는데

아련하고 짠한 마음이 드는게

옥빛 바다가 눈 앞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것 같다.

 

매일이 힘들고 지치지는건

잡을 수 있는 핑계거리를 옆에 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즐겁게 살 수 있는데

손 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즐겁게 살고 싶다.

염통이 쫄깃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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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인생이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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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 이름은 다 알고 있는

마광수 작가의 존재를 투명인간 취급했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들었다.

그저 끝나지 않는 어른들의 성장 소설이라고 여겼는데.. 이건 잘 모르겠다.

어디 검색해보니 '돌아온 탕아'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책을 받고 하룻밤에 다 읽어 버렸지만

책을 밀어뒀고.. 서평을 쓰는 지금 다시 열어보기가 어렵다.

 

줄거리 없이 일상적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냉소적인 연애를 포함했다고 한다.

예전에 최인호작가의 소설을 하나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의 이상향의 여성상은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라(오로라의 로라다.. )도 속이 비칠듯 백색의 피부가 가장 크게 부각이 되고

한공간 속의 모든 남자와 관계를 가지며, 그런 행위를 대지를 품은 마리아같은 이미지로 인식되게 한다.

특이하게 이 소설의 로라는 손톱을 10cm쯤 기르고 온몸에 피어싱을 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흰피부와 손톱과 피어싱을 탐닉한다.

 

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사랑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돈이

이렇게 안 벌릴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섹스가

이렇게 복잡할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시가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똥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네  - 마광수

 

소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인해서 생긴 피해의식과 자기검열 의식을

나는 이번 작품 <별것도 아닌 인생이>를 통해 극복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

 

굳이 이렇게 안내해 주지 않았어도 내가 즐거운 사라를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가 문학판에 어떤 불평 불만을 이야기 하는지 잘 보인다.

극복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칼질을 해대는 주류에 가래침을 뱉어내는걸 보는 기분이었다.

 

난 김영하작가처럼 좀 더 세련되기를 바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도 인식하지 못한 도덕적 관점에 갇혀 보려고도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잘 포장된것처럼 따뜻한 시선을 받고 싶은 내게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세계를 보여주었다.

모르겠다. 나이가 좀 더 들거나 마음이 달라지거나 모든걸 인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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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펄 벅 지음, 장왕록.장영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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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매해서 읽는 책이라.. 작품 자체는 최고지요. 다만.. 그래도 새책인데 표지가 구겨지고 찍혀 왔습니다. 충분히 보이는 부분이었는데.. 그냥 보내신게 좀 그렇네요. 다음부터 신경 좀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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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아버지
카렐 판 론 지음, 김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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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민은 앨런과의 사이에서 아기가 없자 병원에 가게 되고

선천적인 무정자임이 밝혀진다. 병으로 세상을 등진 전처 모니카와 낳은 아들 '보'가 있다.

'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고, 부인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얘기가 된다.

그때부터 생전 모니카의 주변에 있던 남자들부터 시작해 '보'의 생부를 찾아나선다.

그 과정속에서 모니카에 대한.. 앨런에 대한... 보에 대한... 과거에 대한 회상도 하게 된다..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이야기 풀어나가는 방식이 생소해서인지..

외국의 자유분방한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회상되는 에피소드들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전반부에서는 감정의 맥락이 끊겨 몇번이나 책을 놓게 되기도 했고, 또 그러한 산만함이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해 냈다는 생각도 했다.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제목과 같이 독자들은 하나같이

누가 '보'의 아버지인지만 생각하면 결말을 향해 다가갈것이다..그 긴장감을 함께 하는 재미는 있었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결말이 충격적이면서도 허무했다.

내아들이 아닌 아들에 대한 감정, 지금의 부인과 전 부인과의 관계라든지

또 아내의 부정을 찾는 동안 알게된 아내의 새로운 면들에 대한 주인공의 색다른 분노는

새로운 정서를 알게 되는 재미도 준다...

제목과는 달리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인것 같다..

 

사실 잘 읽혀 지지 않아 고새했는데

의도와 달리 내가 너무 무겁게만 다가갈려고 해서인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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