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입술이 낯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8
박상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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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경험한 것을 공감하기 위해 기사나 다른 자료보다 문학 작품으로 접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다.

광주를 겪은 부모의 경험을 수없이 들으며 성장한 화자가 광장으로 촛불을 들고 나섰던 이야기 그리고 이후 다양한 질문을 하며 사는 모습을 담아낸 이번 작품을 읽으며 문학의 힘을 또 한 번 실감했다.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거짓말이다』에서 김탁환 작가는 그렇게 말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대한민국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분노할 일이 너무 많으니 분노하기는 쉽다. 금새 뜨거워지고 머리가 멍해질 때까지 눈물이 솟는다. 하지만 뜨거움은 금새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일어난 불길을 차갑게 만들어 차분하고 끈질기게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을 때 나는 무관심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욕심으로 만들어진 대통령, 당연하게 일어나는 재앙을. 그에게 표를 준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떤 부정적인 반응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또 습관처럼 여러 사람이 되어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따져보았다. 그래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이 세상은 따져야 되는 대상이었다. 따져야 나랑 세상이 관련지어진다. 따지지 않으면 나는 이 세상 속에 없는 존재인 것처럼 여겨진다.

 

책 전반부 주인공의 독백이 눈에 들어온 것은 따지지 않고살았던 그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른 봄날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작품을 읽으며 조금씩 광장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5월이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세월호를 가까이서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시, 소설을 읽는다. 매번 뜨거운 화가 치밀고 그 화를 어찌하지 못해 다시 숨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 뜨거움을 잘 벼려 차가운 분노로 만들고 싶다.  

 

어떤 경위로 알게 되었든, 이른바 그해 봄날의 일은 내가 온몸으로 겪은 것처럼 몸이 저릿저릿하기도 하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 간접으로 겪어도 몸이 반응을 하는데 직접 겪은 사람들의 몸은 어떻겠는가?

 

부모님의 광주 이야기를 들을 때 끄는 좋은 아들이 된다.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를 무거운 바윗덩이를 밀어내는 것이라 생각하여 아무 말 없이 들어준다.

 

좋은 아들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그들의 마음 속 바윗덩이를 조금이라도 나눠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내가 나눠 가진 바위가 힘들어 또 다른 사람이랑 나누고 싶을 때 기꺼이 가져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위해 이런 작품이 더 많이 읽히고 또 다른 작품이 많이 출간되면 좋겠다.

다시 무심해지고 싶을 때 또는 어쩔 수 없이 무심해 졌을 때 무심함을 벗겨줄 책이 될테니 말이다.

 

나누어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들의 짐은 언제든 내 마음에 큰 바윗덩이가 될 수 있다.

모르는 채 살아간다면 편할 수는 있지만 이 세상 속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모르는 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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