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좋은 날 - 혼자가 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레시피
전지영 글.그림 / 예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혼자라서 좋은 날

 

혼자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다녔던 이십대에도 결혼해서 나의 신랑, 나의 자식들이 생긴 삼십대에도 내가 좋아하는, 종종 추구하는 모습이다.

(‘혼자가 단지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만을 가리키는 단어는 아닐 것이다.)

 

물론 최근에 내가 혼자 하는 것들이라고는 혼자 하는 여행이나, 혼자 하는 요리 등의 어떤 기록을 남길 수 있을 만한 것들이기보다 혼자 먹는 점심, 저녁, 혼자 퇴근길에 걸어가면서 중얼거리기 정도이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소소하게 즐거울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혼자라서 좋은 시간일것이다.  

 

가령 나는 혼자 점심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 좋다.

간소하게 준비한 도시락의 밥과 반찬을 천천히 우물우물 씹으며 책을 읽는 여유로운 그 시간이 좋다.

물론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하는 조금 독특하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기껏해야 한 시간의 점심 시간을 나가서 먹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고 겨우 들어간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음식이 나오면 배고픔에, 기다림에 지쳐 마시듯 급하게 먹고 아쉬운 마음에 달디단 음료를 사서 손에 들고 급하게 돌아와야 하는 것보다는 혼자 하는 점심이 좋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 버스에서 탈출해서 집에까지 걸어 올라가는 시간은 내가 혼자인 또 다른 시간이다. 때론 달빛이 빛나기도 하고 때론 노을이 번지기도 하는 이 시간에 시골길을 걸으며 (오르막이라 숨이 차오르기도 하지만)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렇게 혼자인 시간이 조각조각 별볼일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닌 풍성한 혼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의 일상, 생각은 어떠할까?

 

 

함께가 아닌 혼자살면서 겪는 불편이나 고독을 이야기하기 보다

혼자 (책을)읽고, 생각하고, (글을)쓰고, 먹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적은 기록이다.

그 기록을 읽으며 소소하게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앎의 즐거움과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공감의 끄덕임 그리고, 나는 아니지만 그렇기도 하겠구나하는 이해의 마음들이 생겼다.

 

이 사람은 혼자라서 부럽구나’, 또는 외롭겠구나가 아닌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그렇구나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가볍지만 잔잔한 즐거움이 있었다.

 

아주 가볍게 두어 번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카툰이 실려있으니 재미가 더해진다.) 종종 맘에 드는 표현에 밑줄 그으며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살거나 같이 살거나 하는 것이 중요 한 것이 아니라 정말 내 삶을 (올바른 것들을 향한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살고 있는 지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

 

 

 책 속에서...

 

 

모르긴 해도 요리의 순기능은 우리의 영혼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도서관 서고에 꽂힌 수많은 장서와 함께.

 

독서지성사이에는 생각한 것만큼의 연관성이 없다. 차라리 지성보다는 쾌락으로 선회하는 편이 좀 더 즉각적인 독서의 경과를 가져다준다. 이른바 책 읽는 즐거움.

그러나 모든 사람이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공간은 필연적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를 말해준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이라고 해도 못내 껄끄러운 것들이 있다. 게다가 인간의 욕망이 끝도 없이 공장처럼 가동될 때 그 너머에는 불편한 진실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 낭만과 현실의 비율은 그렇게 배분된다. 현실을 위해 낭만의 함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낭만을 위해 현실의 함량을 늘리는 것으로.

 

진짜 어려운 것은 옷으로 표현되는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누군가를 닮고 싶어하지만 스스로가 되는 방법은 잘 모른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목적은 예술작품을 이해하거나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참견이 없어도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반복해서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 건 예술이 아니라 인상을 받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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