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톡톡톡 주니어랜덤 세계 걸작 그림책
히가시 나오코 글, 기우치 다츠로 그림, 박숙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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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는 의성어가 많이 나온다.

소리에 민감한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의성어의 노출은 필수적일 것이다.

비오는 날에 풍경을 그린 이 책도 그렇다. 재목에서부터 빗소리라 톡톡톡 들리는 듯 하다.

그 단어들을 소리내어 읽다보면

아이들은 언어가 주는 재미를 알 수 있기도 하고, 아이가 아닌 어른들에게는 과거의 어떤 장면 하나를 떠올려 주기도 한다.

 

예전에 어느 책에선가 엄마가 아이와 함께 비를 흠뻑 신나게 맞으며 놀다가 집에 들어와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따끈한 코코아 한잔을 나눠먹는 장면을 읽은 적이 있다.

비오는 날이면 조심히 걸어라’, ‘우산 잘 써라’, 라고 말하는 것 보다 얼마나 아이가 신날까싶었지만 막상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 책 처럼 톡톡톡 소리를 내며 귀엽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는 산책은큰 도전 정신이 없어도 해볼만 할 것 같다.  

우산 들고 하는 빗속 산책. 매일 만나는 동네 풍경이 조금은 진해 보일 것이고 우산을 통해 들리는 빗소리와 다른 소리들이 좀더 크게 들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상상해본 풍경이나 소리들을 잘 간직해 두었다가 비가 오는날 같이 걸어 봐야지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빗 속을 급하듯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던 사람을 마중 나가듯이 우산을 들고 빗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외출을 하기로 한다.

 

마침 광복절 쉬는 수요일에 비가 왔다.

오전에 병원 다녀온 이후 지루하게 집에만 있었던 아이들을 위해 조금 늦은 저녁에 우산을 들고 나갔다.

너무 많이도 너무 적게 내리는 비도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하지만 책에서처럼 조용하면서 낭만적인(?) 산책은 되지 못했다.

비가 와서 다 젖어버린 놀이터 놀이기구에 탈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한 꼬맹이 둘째와 실랑이를 하다 아빠 어깨에 얹어 놓고 조금은 짧은 코스로 돌아야 했으니까.

꼬맹이 둘째와 달리 혼자 투명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가 뒤 따를 때 생기는 자신감이긴 하지만 비오는 날 혼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아이가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살짝 드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조금 청승 맞은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의 그림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의 세상에도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지만 어른인 엄마의 마음 속에도 예쁜 그림이 한 장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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