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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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 다양한 모습의 생명체가 산다. 그들은 지구인과는 다르게 생겼지만 비슷한 삶을 산다. 태어나고, 죽고, 버려지고, 외롭고, 그리워한다. 그 별에 살고 있는 소시지 할아버지는 여러 번 눈물을 흘린다. 어린 시절 집 밖으로 나갔지만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했을 때 처음 눈물을 흘린다. 엄마 품에 안겨서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던 어느 날 엄마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두 번째 눈물을 흘린다. 이제 혼자 남겨진 할아버지. 큰 곰 인형을 안고 있어도 안마의자에 앉아도 그리움과 슬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구에서 그 별로 수입된 강아지들이 있다. 한때 유행이었으나 지금은 키우던 강아지도 버려지는 상황.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귀찮은 강아지는 이제 인기가 없다. 강아지 상점이 문을 닫으며 할인해도 팔리지 않던 강아지 한 마리가 버려진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이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오는 장면은 표지 덧싸개에도 사용된 그림이다. 별이 빛나는 밤 강아지를 태우고 노란 불빛을 비춰 집으로 가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무척 비장하고 반면 강아지의 표정엔 호기심이 가득하다. 둘이 함께 하는 것은 단순히 외로운 할아버지와 버려진 강아지의 만남이 아니다. 강아지를 데려온 할아버지는 소시지이고 강아지는 소시지를 먹는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버려진 존재를 무시하지 못하고 함께 하기로 한 것. 이후 생기는 에피소드는 웃기면서도 슬프다. 멀찍이 거리를 두고 집 밖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드디어 품에 안으면서 할아버지는 세 번째 눈물을 흘린다. 여기까지가 총 4장 중 2장까지의 이야기다. 남아있는 3장과 4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3장의 첫 장면에는 소시지 할아버지와 강아지가 함께 찍은 행복한 모습의 사진을 넣은 세 개의 액자가 보인다. 집안에는 강아지가 혼자 남겨져 있다. 그 사이 소시지 할아버지는 죽고 강아지는 다시 혼자가 된 것이다. 혼자된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데려오는 용기를 보였듯 강아지도 용기를 내어 집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불과 폭탄아이와 불을 만난다. 불과 폭탄아이는 서로 만나면 터질 수 있다. 마치 강아지에게 먹힐 수 있었던 할아버지처럼. 하지만 이들은 터지지 않고 서로를 품에 안는다. 폭탄소년과 불, 강아지가 함께하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독자들만이 아니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죽어서 간 또 다른 별에는 자신이 살았던 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있는 곳이 있다. 그 곳을 찾은 이들은 화면을 통해 자신이 살던 곳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옆에 있는 화장지를 다양한 용도로 쓴다. 화면을 향해 던지거나 자신의 눈물을 닦거나. 한 아기는 자신을 떠나 보내고 울고 있는 엄마를 보고 화면으로 기어가 화장지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준다. 이 장면에서 어쩔 수 없이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런 곳이 있다면 그 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그리워하며, 자책하며, 몰상식과 싸우며 매일 울고 있는 부모님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지 않을까?

 

그 곳을 찾은 소시지 할아버지는 자신의 강아지를 지켜본다. 집 밖으로 나가고 외면 당하고 드디어 친구를 만나지만 그들은 위험한 존재.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폭탄소년의 불꽃이 꺼지고 불이 안전해지고 강아지를 안고 잠드는 장면에서 안도한다.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아마도 함께 있을 때 충분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남겨진 강아지가 다른 친구들과도 그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안녕달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여름에도 펼쳐보는 <수박 수영장>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아있는 책은 <할머니의 여름휴가> <메리>이다. 화사하고 맑은 그림으로 그린 책이지만 행복한 장면과 대비되는 할머니의 외로운 모습이 더 기억되는 책들이다.

이번 책 <안녕>에서 작가는 어쩔 수 없는 늙음이나 외로움, 슬픔을 보여주면서도 온전히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런 슬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제서야 앞의 두 책도 슬픔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잘 만들어진 그림책은 책 내지 이외에도 덧싸게, 표지, 책등까지 보는 곳마다 흐뭇하다. 덧싸개에서 제목과 반짝이는 별을 은박으로 한 것은 정말 최고! 어마어마한 양의 그림책이기에 가름끈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생각했지만 여러 번 같은 페이지를 들여다볼 수 있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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