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 소통 불가능성의 인문학
정희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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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으로 완독 후 솔직히 작성한 글입니다]

“저 인간은 도대체 왜 저럴까?”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강추하는 정희진 작가의 인문학서입니다.

종종 저는 제 스스로가 예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하하호호 넘길 수 있는 대화가 저에게는 찝찝함과 불쾌함을 남길 때가 있거든요.

얼마 전 어느 무리에서 한 연세 지긋하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아들은 겨드랑이 털을 깎아... 나 정말 걱정돼.”

“네? 요즘은 남자들도 그루밍 많이 하지 않나요?”

“아니, 우리 아들 게이 되는 건 아니겠지?”

?????

순간 제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겨털을 깎는다고 게이가 된다면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게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골머리를 앓을 만큼 걱정스러운 존재인가.

20대의 저라면 이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별 이야기를 다 했겠지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저는 마음속 귀를 막고 은은한 미소로 하하하 하고 넘깁니다.

아마 그 순간 저는 이미 그 사람과의 소통을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나이를 먹으며 터득한 나름의 평화로운 대화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희진 작가는 애초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합니다.

소통은 원래 불가능한 조건 위에서 가끔 일어나는 조우이며, 영원한 합일이 아니라 짧은 만남과 스침이라는 것.

그러니 상대방을 완전히 설득할 수도, 나 역시 완전히 설득당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생에서 일어나는 이 짧은 스침들을 너무 확대해석하지 않기를.

읽는 내내 밑줄을 긋고 수많은 인덱스를 붙였습니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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