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반에는 몽상가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 주인공 휴가로 인파가 빠져나간 도시에 홀로 남아 상념에 잠깁니다. 그때 나스텐카라는 소녀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며칠 동안 밤마다 만나 서로의 외로움과 상처를 이야기하며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몽상가는 처음으로 현실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나스텐카 역시 그의 따뜻함에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몇줄의 문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포인트가 있으나, 스포일러이기에 조금 자중해보도록 하지요. 대신 인상에 남는 몇 가지 구절을 소개해드릴게요 


“당신이 제가 오랫동안 저 자신과 화해하며 살 수 있도록 해주셨다는 걸 아시나요? 이제는 예전처럼 저 자신을 비하하지 않으면서 살게 되었다는 걸 아십니까?


사랑이 이렇게 무섭다. 사랑은 그 존재만으로도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법. 그 반대도 물론 있지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맞춰 현재를 구축하는 걸 좋아합니다.“

몽상가인 주인공은 혈실보다는 상상속에서 살아왔을테죠. 나스텐카와 함께한 시간은 이미 끝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그는 그 짧은 기억을 지우지 않고, 그 기억 위에 앞으로의 삶을 세워 나가려고 합니다


”햇살 한 줄기 없는 이런 날은 꼭 다가올 나의 노년 같았다.“

너무행... 뭔가 다꾸에 쓰고 싶은 구절이라 적어봅니다



”그나저나 기쁨과 행복은 사람을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시키는지! 심장은 또 얼마나 사랑으로 들끓게 되는지!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다른 이의 마음에 가득 붓고 싶고, 세상 모든 것이 즐겁고 모두가 활짝 웃기를 바라게 된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너무 낭만적이여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글로 쓰면 이러하겠지.



”저는 당신이 저한테 반하지 않아서 좋아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마 저를 성가시게 하고 추근대고 한숨을 쉬다가 앓아누웠을 텐데, 당신은 이렇게 훌륭하시잖아요!“

아 제발 나스텐카야....입좀 입...!입....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제 사랑이란 것도 그저 감정의 속임수거나 망상이었는지 모르죠. 어쩌면 할머니의 감시 아래 지내다 보니, 장난치고 싶어서 심심풀이로 사랑하기 시작한 걸 수도 있잖아요? “

이 대사를 읽는 순간, 백야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스텐카는 자신의 감정조차 사랑인지, 외로움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누군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기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았다.



”그래! 한순간이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몽상가는 사랑을 얻지 못했지만, 나스텐카와 함께한 그 짧은 밤을 후회하지 않는다. 영원히 내 것이 되지 못한 사랑이라도, 진심으로 행복했던 한순간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은 충분히 빛났다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냈었다면...’이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사실 그동안 몇권의 러시아 고전소설을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도스트옙스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러시아 소설은 이름 외우기 힘들어서 입문이 어렵다는 평가도 곧잘 듣는 편이지만 다행히 등장인물은 한 명만 나왔다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