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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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신이 등장한다.
우스꽝스러운 광대옷에 도움이 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심리상담가인 주인공은 그가 행하는 이적들을 보면서도 정말로 집요하고 단호하게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에게 정신병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1.신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다. (별로 기억은 안 나지만 브루스, 에반 올마이티정도는 확연히 멋쟁이 신이 나오는 영화라는 걸 안다.) 적어도 신이라든지 절대자, 불사의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화에선 좀 더 말쑥하게 등장한다. (맨프롬어스가 그 예다. 왠지 데드풀이 생각난다면 그건 기분탓이니 넘어가도록하자.) 그러나 이 책의 신은 영원불멸의 존재도 아니고 서커스단에서 종사하며 사생아도 하나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특정 종교에서 기함할 만한 설정인 것은 분명한지라 왠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또 구미가 당기는 서술자의 말투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만 이런 말투를 쓰는 작가는 오직 요나스 요나손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보다는 덜 냉소적이지만 나름대로 차가운 칼날은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쌍한 구석이 있는 주인공이 좋았다. 배경이나 설정 만큼은 여느 책 못지 않게 훌륭했다.
2. 나는 스토리에 흥미진진하게 끌려가는 걸 좋아한다. 내가 앞장서서 이야기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먼저 길을 내는 작업을 한 뒤 스토리가 편안히 뒷짐지고 따라오게 하는 책만큼 괘씸하고 화나는 게 없다. 이 책은 그런 점이 있어서 별점을 두어개정도 더 얹어주고 싶은 책이다. 소재 자체의 참신성 때문에 나의 알량한 예측은 원천봉쇄된 거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재밌고 흥미롭게 두사람의 여정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후반부였다. 처음에 신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은 뒤에 뜬금없이 `크리스마스 캐롤`식의 전개를 지나 주인공을 신의 하수인정도로 만든다. 애당초 신의 고민은 감히 인간의 터치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설정인건지 아니면 글을 쓰던 도중 도저히 이 방향으로는 진전이 불가능해서 독자 눈치 못 채게 방향을 살짝 튼건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맺음은 조금 아쉬웠다.
3.이 책을 통해 독일의 놀랍도록 자유로운 결혼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혼과 배다른 형제의 출산이 일상다반사 정도로 치부되는 걸 보면서 원칙주의자에 꼿꼿한 기독교신자들이라고 해도 서양인은 서양인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쉽게 충격받지 말아야 하는데 큰 일이다.

왜? 성경도 가끔 맞는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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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99 2015-04-1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충격 받기는 제가 쫌...하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