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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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안 스프린터 PART1. 언더월드

 

열대 정글을 다룬 영화에서 처음 을 보고 악몽에 시달렸다. 평범한 풀밭처럼 보이는 곳에 한발을 잘못 내딛으면 그대로 쓰윽 빨려 들어가 잠기는 모습이 꿈속에서 반복됐다. 한참 뒤 내가 사는 도심에선 늪을 볼 일이 없다는 걸 알고나서야 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미처 몰랐다. 밀림의 보다 더 무시무시한 싱크홀이 도심에 존재한다는 것을.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127개의 지하철 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싱크홀이 생겼다. 마치 누가 폭탄을 설치해 한꺼번에 터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지하도에 구멍이 뚫리고 지하철이 끊기고 건물이 맥없이 무너졌다. 그 시커먼 구멍 안에서 정체모를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괴물들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생존자를 납치했다. 한방에 사람 머리를 박살낼 정도로 힘이 세고 날아다니며 채가는 괴물 앞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괴물과 눈이 마주치면 똑같은 괴물이 되었다.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외양 혹은 남다른 능력을 가진 생명체를 괴물이라 부른다. 자신이 따라갈 수 없는 생명체를 꺼리는 인간의 속성이 그대로 담긴 단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구상에서 괴물을 만드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다. 남들과 다른 것을 경시하면서도 똑같지 않다는 것을 내보이고 싶은 헛된 우월감과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을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익히 많이 보아왔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만나면 어떻게 하는 지 알아? 두 가지 반응을 보여. 죽이거나 자신들을 위해 이용하거나.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지.” (465P)

 

스프린터 언더월드에 나오는 괴물의 정체도 그와 다르지 않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몇몇 인간의 망상이 만들어낸 재해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괴물떼가 인간을 살육하는 사건을 습격이나 사냥이라 하지 않고 테러라고 일컬었다. 지구상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종족 또한 인간이 유일하다. 그리고 안타깝고 속상하게도 테러를 수습하는 것은 평소 남을 배려하고 착하게 산 순수한 사람들이다.

 

한때 세계 제일의 스프린터였다 도핑스캔들에 휩싸여 추락한 주인공 단이와 지태, 연아는 괴물에게 납치된 엄마를 구하기 위해 괴물과 전쟁을 시작했다. 거대한 군사무기보다도 두려운 능력을 지닌 수천의 괴물 앞에 평범한 10대 청소년인 그들의 능력은 초라할 뿐이다. 과연 그들은 괴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 사람다운 선택을 하자. 우리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 (340p)

 

세상에는 두 분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죽이고 이용하려는 분류와 사람다운 선택을 지키려는 분류. 이 책에서는 미타쿠예 오야신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하나도 연결되었다는 인디언의 인사말처럼 테러괴물을 만든 이도 괴물로부터 목숨을 구하는 이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 대 괴물 그리고 사람 대 사람이 목숨을 내건 죽음의 레이스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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