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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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이 책은 황석희 번역가가 무명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체적으로 그의 문장에는 따뜻함이 묻어있었다. 그중 자신의 무명 시절에 다큐멘터리를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번역하자는 마음으로 한 것이 500편이 넘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였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나에게 내가 무명 시절을 견뎠고, 꾸준히 한 결과 지금의 내가 있다는 그의 고백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직장 생활도 만만치 않았지만, 프리랜서의 삶에는 조급함이 나를 괴롭게 한다. 황석희 작가가 한편만 더해보자는 마음으로 나도 오늘 글 한 꼭지만 더 써보자, 강의도 한 번만 더 하자라는 마음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나 역시 경력이 될 날이 올 거라고 나를 다독여 본다.


 황석희 번역가는 번역가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속해서 써 나간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전문가란 학벌, 경험이 아닌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열정을 쏟고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일을 하다 보면 나태해지기도 하는데, 황석희 번역가는 자기 일에 프로로서 긴장감을 놓지 않는 전문가이다.


 이 책에서 오역은 삶에서도 일어난다고 한다. 그 사람의 말과 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오역은 발생한다. 그 오역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사람을 바라봐야만 관계가 이어진다. 사람에게 오역을 범했을 때 정정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오역하는 실수의 빈도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 문장수집

p 47

대단할 것 없는 경력이 적힌 페이지를 보면 늘어 있겠지. 그렇게 한 줄씩 빼곡히 내 경력이 적힌 페이지를 보면 그제야 불안이 가라앉았다. 내일도 한 편을 보내면 한 줄이 늘어 있겠지. 그렇게 한 줄씩 될 때까지 쌓다 보면 뭐라도 되긴 하겠지. 하고 분명 계획대로 뚜벅뚜벅 가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내 여정을 오역했다. 지쳐서, 다 놓고 쉬고 싶어서. 다시 내 원문을, 내 여정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정역해 봐야 그 정역이 너무나 보잘것없을 게 뻔하니까. 또 그 정역에 실망할 게 뻔하니까.


p 92

그 누구에게도 정의되지 말자. 특히나 내게 무가치한 사람이 하는 좋지 않은 말에는 더욱. 그들에게 정의되지도, 한정되지도 말자.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이며 나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누군가의 의견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가장 아끼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하자.


p 147

지금이야 대학은커녕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빽빽하게 짜인 계획 속에 살지만 반드시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시간만이 필요한 건 아니다. 저런 '한심한 시절'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어설프고 한심하고 그저 즐겁고 우스꽝스럽던 시절이. 그런 시절은 단순히 낭비된 시간이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는 시간이다.


p 231

A video can change yourlife."

(동영상 하나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감동적인 멘트지만 나에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동영상 포스트에 달린 댓글이었다.

"and 15 years of practice.

(그것과 더불어 15년간의 연습)


p 233

개화할 정도로 충분히 쌓아 온 노력이 좋은 때를 만나 결실로 구체화하는 게 성공이 아닐까. 그러니 남들이 운이 먼저라고 하든, 노력이 먼저라고 하든, 또 다른 뭔가가 먼저라고 하든 일단은 멈춰서 고민하기보다 뚜벅뚜벅 제 길을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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