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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볼래요? - 엄마들의 삶에 스며든 영화 이야기
부너미 기획 / 이매진 / 2023년 2월
평점 :
1. 감상평과 느낀점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애쓰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는 책이다. 결혼을 하고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될 것이다.
여자는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순간 자아도 사라지고 커리어를 쌓는 일에도 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엄마와 아내이기 앞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책에는 같은 여자로서 공감가는 구절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 곳이 있다.
그 날개가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이 날개가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앞으로 영영 쓸모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제 어떤 모습이든 내 날개도 나름대로 형태와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억해주고 싶다. 그래야만 나는 여전히 새일 수 있을 테니까.(119쪽)
우선순위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잠시 밀어두고 엄마와 아내, 며느리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때로는 무겁다, 여자에게 모성애를 강요하는 사회, 남자보다 여자는 자신의 커리어보다는 가정을 충실히 수행하기를 강요하는 무언의 강요가 여자들의 날개짓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결혼 유무를 떠나 여자도 꿈이 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그 꿈을 반납하는 것이 과연 옮은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혼은 누구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작가들이 자신을 찾기위해 날개짓을 펐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날아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19쪽
가족이기 때문에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듯하지만, 나처럼 어리석은 이들은 그 기회를 날려버릴 뿐 아니라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관계를 무참히 어그러트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족만 있지는 않다. 가족 밖에서도,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드는 마법 같은 기회는 드물지만 운명처럼 찾아온다.
36쪽
내 시간을 너그러이 헐어 내어주는 일들 속에 돌봄의 감수성이 스며 있다.
65쪽
여자라는 이유로 내 꿈을 제한달할 때면 남자들 앞에 놓인 다양한 선택지가 부러웠다. 개의치 않는 척했지만, 끊임없이 떠도는 말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서른이 넘어서야 알았다. 나는 '남자'라는 성별을 바라지 않았다. 남자든 여자든, 또는 그 경계 어디쯤이든, 자기가 원하는 삶을 꿈꿀 세상을 원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부터 남자로 다시 태어나기보다는 여자인 모습 그대로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졌다.
76쪽
며느리는 내 아들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기억력을 믿을 수 없는 나이니까 냉장고에 써 붙여놓아야 하나?각자 인생을 존중하고 공존의 선 긋기를 하면서, 지위로 관계 맺지 않고 존재 자체를 바라보려 노력하면서, 오해가 생기면 먼저 풀고 이해하면서, 그렇게 며느리하고 적당히 잘 지내고 싶다.
103쪽
힘들어하는 배우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음이 부부라는 한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모래사장에 빠진 유아차는 혼자 힘으로 끌 수는 없다. 두 사람이힘을 모아야 비로소 세상은 움직인다.
107쪽
가족을 건사하는 일과 개인의 행복은 별개라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아신 걸까? 그 시절 여성상하고 사뭇 다른 외할머니는 그때는 이해받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많은 영감을 준다.
118쪽
어느 날 아이하고 낱말 카드를 보다가 그림책이나 아동용품에 유독 펭귄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하필 날개가 퇴화한 펭귄일까? 새는 날아다니는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앞다리를 날개로 변형했는데, 펭귄은 헤엄이 비행보다 중요해서 날개를 지느러미처럼 사용하게 됐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포기한대신 자유자재로 수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날고 싶었다. 알바트로스처럼 가장 높고 가장 멀리 날지는 못하더라도, 날개가 있다면 날아야 한다고 믿었다. 전신주 사이를 날든, 고작 장 속의 횃대에 내려앉든 상관없었다.
125쪽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이나 에너지를 내어줄 만한 여유가 없을 뿐이었다. 보상 없는 노력은 그 열매를 자신이 맛보지 못하게 만들고, 그 결과 개인은 소진된다.
180쪽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는 내가 아니라 '엄마'를 향해 있었다. 여전히 건재한 배우자의 삶과 빛나는 아이들의 성장 뒤에 잔뜩움츠러든 나를 봤다. ‘나는 누구일까, 왜 이곳에 있을까, 뭘 향해 가는 걸까, 정말 괜찮은 걸까?’ 나에게만 들리고 나에게만 보인 질문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애써 생각을 멈추고 입을 다물어야만 하는 질문들 때문에 자꾸만 목이 메었다.
이 도서는 네이버 카페 <엄마의 꿈방> 카페에 진행하는 서평 이벤트로,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