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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날다 - 우리가 몰랐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
은미희 지음 / 집사재 / 2021년 8월
평점 :
① 감상평과 느낀 점
소녀들은 위안부가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일본인들을 따라나섰다. 가는 과정에서도 그들은 죽음을 지켜봤고, 성폭행을 당한다. 일본에 도착해보니 더 끔찍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안부’라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충격이어서 쉽사리 읽히지가 않았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을 것이다. 미개한 일본인이 자신의 나라보다 약하다는 이유 하나로 한 나라를, 한 가족을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밝아버렸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행위를 그들은 서슴없이 하였다. 사람이 아닌 소녀들을 하나의 도구로 바라보았으며, 귀찮게 하거나 반항하게 되면 서슴없이 죽였다.
위안부로 끌려 간 소설 주인공들의 꿈은 소박하다. 돈 많이 벌어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는 것,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 꾸리는 것 예쁜 옷 사 입는 것이었다. 일상에서 누리는 소원조차 그들은 누릴 수가 없었다. 이런 만행을 저지른 가해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 소녀들을 대하였을까? 죄를 짓는 행위임을 알아도 그들은 외면을 했다. 일본군이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 일본군인 자신들의 만행을 은폐하고자 소녀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피해자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받을 수 없다.
‘인권’과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일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알았으면 좋겠다.
② 마음에 남는 글귀
88쪽
아이들은 채찍에 밀려 다시 화물칸 안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탔다. 채찍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횟횟, 허공을 가르는 그 음산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고, 그 소리에 쫓겨 순분과 아이들은 다시 어둑하고도 냄새가 나는 화물칸 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죽었지만 기차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한 아이가 죽었지만 시간은 애석해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한 아이가 죽었지만 아무도 애도하지 않았다. 아이의 흔적은 금방 지워졌지만 대신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의식 속으로 깊숙이 침잠해 들어가 그곳에 똬리를 틀고 아이들과 함께 했다. 언제든 자신들도 그 아이처럼 될 수 있으리라. 그 아이는 미래의 자신들이었다.
99쪽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쉬운 곳이 이곳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았으므로,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이보
다 더 지독하고 참혹할 것이라는 사실도 아이들은 알았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158쪽
머리를 자를 때 누군가의 낮은 훌쩍임이 가위소리에 추임새처럼 섞였다. 하지만 그 울음은 길지 못했다. 서슬 푸른 가위와 새된 욕설 속에 그 울음은 머리카락과 함께 잘렸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빗겨주고 아주던 머리였다. 단옷날에는 청포를 삶은 물에 감겨주었고, 설날에는 그 머리끝단에 붉은 댕기를 물려 땋아주며 복을 빌어주기도 했었다. 가위가 자른 건 비단 머리카락만이 아니었다. 탯줄을 자른 것처럼 그 의식도 함께 잘랐고, 과거도 끊어냈다. 가위가 지나갈 때마다 목뒤가 허수하고 서늘했다.
198쪽
그들은 아이들이 일심을 하면 독하다 독한 주사를 주었다. 그걸 몇 번 맞으면 하혈을 했다. 그 어린 생명들은 그 주사에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채 북은 피르 흘러내렸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질기게도 살아남아 세상에 나의 첫 울음을 울기도 했다.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 아이는 어미의 성을 따 불려졌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