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지음, 김현수 옮김 / 로만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①  감상평과 느낀 점

  이 소설은 잘 접해보지 ‘이란’을 배경이어서 약간은 생소하였다. 이란 혁명 이전 상황과 문화 기후들을 간접적으로 그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새로웠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행동 묘사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잘 그려 놓았다.

 

 주인공 클래리스는 쌍둥이와 아들을 키우는 세 아이의 엄마이다. 그녀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클래리스를 피곤하게 하는 친정엄마와 철이 없고 남에게 배려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자기중심적인 여동생 앨리스가 소설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G-4호에 시모니안 부인과 그의 아들 에밀 그리고 쌍둥이보다 3살 많으며 쌍둥이 오빠인 아르멘이 짝사랑하는 에밀리가 이사를 온다. 시모니안 부인은 감정 기복이 심하다. 그녀의 아들 아르멘이 에밀리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아 멀리하고 싶은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에밀이 자신의 집으로 와 그녀의 남편 아르투시와 체스를 두는 등 이웃집 남자가 종종 자신의 집으로 방문하게 된다.

 

 세 아이를 키우고 반복적인 일상과 가부장적인 남편을 둔 클래리스는 답답함과 그 누구도 자신의 힘듦을 알아 주지 않는다. 종종 찾아오는 에밀이 그녀를 세심하게 챙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문학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에밀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여동생 앨리스가 이혼남인 '에밀'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클래리스는 그 둘이 연인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 두 사람은 불륜으로 이어질까?’라는 상상하며 읽었다. 후반부에서는 에밀이 클래리스에게 친구로서 비올레트와 결혼할 것이라고 귀띔을 해 준다. 적어도 에밀은 그녀를 가까운 친구로 생각 한 것이었다. 클래리스는 에밀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자신의 삶을 알아주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감정이었는지는 작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에밀을 통해, 매년 참석하는 4월 24일 기념식 연설을 통해 여성의 인권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늘 자신보다 가족과 이웃을 위해 살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며 잘 하는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한국의 『82년생 김지영』 소설 같기도 하다.

 

 제목이 ‘불을 끄는 건 나야’다 여기서 ‘불’은 함축적으로 가사노동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가 ‘가사노동은 아내만 하는 일이 아니며 함께 하는 것임을 알리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결국 ‘불’은 자신이 끄고 싶을 때 끄는 것이며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③ 마음에 남는 글귀

 

 

288쪽

나는 화가 났다. 비올레트와 에밀을 엮어 줘야겠다며 내 팔을 비틀어 억지로 저녁 파티를 열게 한 니나에게,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하는 앨리스에게, 오로지 앨리스 생각만 하는 엄마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신난 아이들에게. 그리고 머릿속에 오직 체스 생각뿐인 아르투시에게. 왜 내 생각을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 왜 내가 뭘 원하는지 물어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중략) ‘나는 하루에 몇 시간 동안 혼자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307쪽

나는 늘 아이들을 버스가 오는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오늘 아침엔 왜 그러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저렇게 불안해하는데도.(중략) ‘너도 사람이잖아. 어쩌다 한 번쯤은 다른 사람들처럼 피곤할 권리도 있는 거야.’

 

 

353쪽

식탁을 치우며 내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에밀이 말했다. “돌마는 정말 훌륭했어요. 그런데 왜 저녁 내내 아무것도 입에 안 대세요.?” 그리고 나를 돕기 시작했다.

엄마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어서 앉아요. 식탁을 치우는 건 남자가 할 일이 아니에요.”

 

424쪽

“나는 당신이랑 애들 위해 밤낮으로 노예처럼 일하는데, 난 뭘 위해 그러는 거예요? 당신이 당신 맘대로 살라고? 당신이 체스나 하고, 그 중요하다는 정치 활동 마음껏 하고, 영웅 놀이나 하라고? 그동안 나는 애들한테 시달리고, 날 위해 뭔가 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곤 가져 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누구 하나 피곤하지 않나, 힘들지 않냐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며, 북 카페 '책과 콩나무'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신청에 참여하여 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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