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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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책 제목 /저자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아리 지음

 

 

② 감상평과 느낀점

 우리 부부는 1년에 한 번씩 연말정산이 입금되면 셀프 보상으로 해외여행을 갔었다. 지금까지 13곳을 다녔다.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지에서 주는 여유로움이 너무나 좋았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살면서 한 번쯤은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살고 싶은 곳이 ‘보라카이’였다, 내 눈을 돌아가게 하는 쇼핑센터가 없지만 작지만 잔잔한 여유로움을 주는 그곳이 가끔은 그립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보라카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들과 경쟁하지도 않고 자족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크나큰 축복인 것 같다. 작가가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엄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여유로움을 주는 우붓에 살았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불안감을 덮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나 경쟁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 같다.

 나는 솔직히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 재정적인 것이 아니라 심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그 이유가 시골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도시에 사는 아이들보다는 뒤처질 것이다. 아이들이 대학을 갈 시점이 되면 시골 생활이 후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여유와 바꿀 생각이 없다. 남들보다 앞서 살기보다는 만족하며 사는 것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작가가 우붓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듯이 나도 이곳에서 ‘엄마’이기 이전에 나를 가꾸며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③ 마음에 남는 글귀

 P. 49

어린이집 엄마들과도 아이의 성장 말고 서로의 성장을 논하고 싶었다. ’오늘 뭐 먹지' ‘애 방학 때 뭐 하지’ ‘한글 학습지 뭐 하지’ 이야기하는 만큼 나의 성장도 논하고 싶었다.

P. 50

아이가 있는 부부에게 한쪽이 꿈을 꾼다는 것은 ’그래서 가족을 돌보지 않겠다고?'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거 아니야?'라는 질책을, ‘왜 너는? 왜 너만 아직도?'라는 힐난이나 철 좀 들라는 협박을 낳았다. 아무도 어른에게는 꿈을 묻지 않았다. 사실, 오늘날 청년들에게도 꿈은 이미 사치가 되어버렸다.

P. 88

나는 결승선까지의 시간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다시 트랙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얼굴을 찡그리고 땀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돗자리에 앉아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그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려고만 했던 내가 가여웠다. 나는 달리지 않으나 너희는 달리라고 가족의 등을 떠밀 필요도 없었다. 우리가 손잡고 가야 할 곳은 결승선이 아니라 돗자리였다. 결승선은 달리고 달려도 멀어지기만 할 테니까. 결승선이 안 보여도 돗자리에 앉으면 풀이 보이고 꽃이 보일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P. 102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요리를 싫어하는 기혼 여성은 하자 있는 제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디 가서 함부로 말도 못했다. 해야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제가 한 요리를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큰 행복을 느껴요‘가 모범 답안이라면, 약간 점수는 깎이지만 그나마 괜찮은 답은 다음과 같다. ’처음엔 못했지만 하다 보니 늘었고 재미도 붙었어요‘

내가 헸던 대답은 빨간 펜으로 틀렸다는 표시가 확 그어지는 오답이었다. ’결혼을 했어도 여전히 요리를 잘 못하고 관심도 없어요.‘ 낙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낙제생은 끝까지 재수강을 권유당한다. 못하는 게 아니라 정성이 없는 거라는 등 뭐든 정성을 들여서 하면 결국 잘하게 되어 있다는 등의 잔소리나 들으면서 말이다.

아무도 이렇게는 묻지 않는다. ’왜 여자는 요리를 싫어하면 안 돼?‘ 아무도 묻지 않으니 답을 찾을 곳도 있었다,

P. 132

일상의 핵심만 뚝 떼어 우붓에 갖다 놓으니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었고, 그 단순한 공간이 좋았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맑은 가난’이 그 집에 구름처럼 둥실거렸다. ‘풍부하게 소유하지 말고 풍성하게 존재하라'는 스님의 말씀대로, 그렇게 살고 싶었다. 바람처럼 와서 구름처럼 가볍게 떠 있다가 때가 되면 또 미련 없이 떠나고 싶었다.

P. 137

“와, 감사해요! 이 재료는 다 어디서 났어요?” 라는 대화도, 마무리는 늘 “쉬세요” 였다.

그 말이 그렇게 좋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날고, 아니 평생을 살면서 나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들어보았을까? 쉬세요'라는 말도, ‘나 이제 좀 쉴래’라는 말도 내게는 영 어색했다. (중략)한국에서 쉬어야겠다는 말은 곧 포기 선언이었다. 노력하지 않는 자, 게으른 자를 연상시켰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은 ’떠나서 쉬어라!‘ 하는 말이 아니라 ’떠났다가 돌아와서 더 열심히 일해라!' 하는 뜻이었다. 그런데 우붓에서는 오늘도 ‘쉬세요’ 내일도 ‘쉬세요'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P. 145~146

영어 책을 2권 정도 미리 읽어줄 것, 아웃풋은 가능하면 확인하지 말 것. (중략) 다만 책을 꾸준히 읽어줬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아이도 좋아하길 바라면서. 한글 책, 영어 책을 가리지 않았고 빌리기보다 사서 읽어줬다. 엄청나게 책을 사들였다.

P. 175

행복은 내가 원하는 걸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진 것을 즐기는 데 있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래서 얀띠는 청소하는 일을 즐기며 행복해했던 것일까? 현재를 받아들이고 지금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혜, 내가 책을 파고들며 몸에 새기려고 애쓰던 삶의 태도들을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P. 219

“결혼했다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왜 포기해야 하는데? 가족이면 더 지지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결혼했어도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야. 왜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보다 당신이 싫어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해? 아빠가 싫어하는 걸 못하면서 자란 딸이 또 남편이 싫어하는 걸 못하며 사는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왜 여자들 삶은 꼭 그래야 하는데?”

P. 296

간섭하거나 잔소리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었다니 아이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은 무엇인지, 엄마를 더 닮았는지 아빠를 더 닮았는지, 무엇이 넘치고 무엇이 부족한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넘치는 것은 덜어내려 하지 않았고, 부족한 것도 채워주려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대로, 싫어하는 건 싫어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네이버 카페 '엄마의 꿈방'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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