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는 우리 엄마 세대에서부터 지금 시대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일찍 사회에 뛰어든 여자, 가난 때문에 아이를 지우는 여자, 유부남인 줄 모르고 사귀지만, 여자만 죄책감을 가진다. 남자는 여자를 즐기는 상대로만 생각한다. 여자가 회사에 퇴직한 이유로 5년 사귄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을 떠오르는 성실한 여자의 죽음 이야기 등.... 이 소설은 ’여자‘라서 피해 받는 이야기를 소설로 재탄생되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없다. 고통의 몫도 피해자인 여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이야기다. 돈이 있는 자, 권력 있는 남자들은 여자에게 가해한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왜 그럴까? 예전부터 그런 범죄를 저 질려도 벌을 받는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남자들은 심판을 받기 시작하였다. 당연한 일임에도 남자들은 억울해하고 당황스러워한다.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를 회피한다. 벌받는 것이 두럽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명예, 권력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 피해자가 받은 고통에 대한 사죄는 생략해 버린다.
잘못하면 남자는 여자든, 돈이 있던, 없든 간에 죗값을 치르는 사회...
피해자가 숨죽여 살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내 아이에게 바른 교육을 해야 한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P. 38
이틀 후 정아는 한 달에 두 차례 있는 월차를 썼고 캐러멜모카프라푸치노의 태아는 적출되었다. 수술 후 포도당 링거를 한 대 맞았고, 건호는 오토바이 가게를 차리기 위한 통장에서 오십만 원을 꺼내 수술비로 지불했다.
P. 54
그가 미운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들이 정정은 씨가 그토록 정성을 바쳤던 상대에게 바라던 태도와 꼭 같아 유리 조각으로 마음을 저미는 듯했다.
P. 85
“나 유부인 거, 정말 몰랐어? 대충 눈치챈 거 아니었어? 자기가 워낙 쿨하길래, 나는 아는 줄만 알았데. …. 나 페이스북에 기혼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거 못 봤어?" 그는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의아하다 못해 황당하다는 듯 보였다. 영진은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페이스북을 한다고 이 남자는 생각하고 있는 건가? 영진은 손이 떨리다 못해 말까지 덜덜 떨려 나왔다.
P. 86
갑자기 엄마가 침까지 튀도록 욕을 하면서도 꼬박꼬박 챙겨 보던 아침 드라마에 자주 나오던 대사가 떠올랐다. 내연녀, 불륜녀. 뻔하고 더러웠다.
갑자기 네모난 브라운관에 갇힌 기분이었다. 브라운관의 네 가장자리가 점점 좁아져 들어오는 것 같아, 영진은 숨이 꽉 막혔다.
P. 165
마치 아이가 사탕 껍질을 벗기듯 마음이 들떴다. 심장 소리가 점점 켜져서 나를 잡아먹고 쿵쾅, 쿵쾅하며 그 남자까지 깨울 듯했다.
P. 196
그의 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하는 가정법은 고급 초콜릿처럼 달콤했지만 수연은 마냥 달콤한 기분에 있을 수는 없었다. 한 달에 육칠십만 원씩 집에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내가 결혼하기 위한 돈을 모을 수 있을까.
P. 201
봄바람이 불자 우수수 떨어진 벚꽃 잎들이 바람을 따라 춤을 추었다. “어머, 꽃 좀 봐.” 여자들이 하나같이 그 꽃바람에 감탄했다. 수연의 눈에는 그 꽃잎들이 벚나무의 꽃잎들이 아니라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자신을 위해 저 하늘 위 누군가가 평, 하고 터뜨려주는 색색깔의 반짝이는 색종이 세례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