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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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책 표지에 있는 토끼와 제목이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다가왔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나를 촉촉이 적셔주었다.

 

 라문숙 작가의 네 번째인 이 책은 그림책을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림책을 통하여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연결하였다. 그림책을 통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나는 그림책을 통한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책보다 그림책이 어렵다. 오히려 나보다 6살 난 아들의 그림책에 대한 감상과 상상의 세계가 더 풍부하다.

 

 스물네 권의 그림책 중 ‘수영장 가는 날’과 ‘엄마’라는 그림책이었다. 수영장 가는 날은 수영을 잘하지 못하여 움츠려 있지만,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 못 하는 아이와 작가님이 체육 시간에 늘 늘 꼴찌 하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쓰여 있다. 나 또한 체육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꼴찌를 주로 하는 나 또한 그 시간이 싫었다. 100m 달리기에서 1등과 꼴찌의 차이는 길어봤자 20초이다. 그 20초 뒤처진다고 인생이 큰 지장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엇이 불안했을까?’ 싶다. 이제부터라도 결과보다는 그 자체로 즐기는 나로 살아야겠다.

 

 ‘엄마’라는 그림책에서는 ‘엄마만으로 살지지 않는다.’라는 나도 평상시에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그래서 종종 ‘나는 모성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나를 찾겠다는 그 말이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그리고 난 나만 아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달았다. 엄마이지만 나의 삶을 즐기며 사는 것에 더 죄책감은 떨쳐버려야겠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P. 41

테일러는 토끼에게 자기에게 생긴 일을 이야기한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화도 냈다가 웃기도 한다, 토끼가 할 일은 테일러가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하고 싶을 때 들어준 게 전부였다.(중략) 그리고 용기를 얻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토끼는 테일러 곁을 떠나지 않는다.

 

P. 53

완벽하게 편안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면 얼마나 동동거려야 하는지, 그렇게 만든 시간은 누구에게라도 방해받으면 안 된다는 것 나는 이미 알고 있다.

 

P. 56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요. 저는 조용히 책을 읽고 명상할 시간이 필요해요. 제 코가 빨개지면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이니 다른 시간에 찾아와 주세요.

 

P. 131

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늙지 않았고, 서둘지 않고 느긋한 할 수 있고 그래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P. 137

언제부턴가 나이를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포기하는 경유가 있었다. 하긴 나이뿐일까? 여자라서, 아이가 있어서, 시골에 살아서, 본질과 무관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나룰 멈춰 사게 하고 돌아서게 한다.

 

P. 147

생각해 보면 친구란 것은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P. 172

내가 빠졌어도 매번 꼴지가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꼴찌는 나만 하는 건 줄 알았다.(중략) 제일 늦게 들어왔다고 아무도 창피해하지 않았고 누구도 놀리지 않았다.(중략) 교무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체육 시간은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하나도 닮지 않았다.

 

P. 175

아이는 엄마에게 대놓고 수영장에 가기 싫다고 말하지 못한다, 수영선생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압도당한 나머지 수영장에 가기 싫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지도 못한다.

 

P. 187

엄마만으로 살지 않겠다는 말은 엄마의 자리를 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엄마를 넘어선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것,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말이 아닌데 왜 끊임없이 되풀이 외쳐야 하는지….

 

P. 241

남편이 매일 엄마의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기를 고집하는 것,(중략) 그 물건들이 탁월한 기능을 가졌거나 한눈에 혹할 만큼 디자인이 유려해서가 아니라 그 오래된 물건들에 깃들인 각자의 이야기 때문이다.

 

P. 242

이야기를 품은 물건은 특별한 힘을 갖는다. 그 물건은 우리가 어렸을 때, 앞으로 삶이 어떻게 펄쳐질지 몰라도 괜찮았던 시절, 하루가 그 자체로 충만했던 대, 내 어깨로 삶의 무게를 지탱하지 않아도 됐던 시절의 평온함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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