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24세 타쿠토와 엄마의 일기이다. 장애를 가진 아들의 마음과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발달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타쿠토 역시 내가 근무하는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특징들이 있다. 하지만 타쿠토는 대학도 가고 취업도 한다. 그가 취업하기까지는 주변 사람들의 많은 지지가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한 과정들을 보면서 발달장애인의 능력들을 제한해왔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시설에 생활하는 발달장애인들의 능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그들에게 나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았고 직무유기를 한 무능력한 사회복지사이다.
이 책은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타쿠토와 그런 아들을 불쌍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엄마가 인상 깊었다. 타쿠토는 때로는 힘들어서 도망도 갔지만, 조금씩 성장해 나갔고 아들의 느린 템포를 채근하기보다는 믿고 기다려 주는 모습에서 아들 자체로 인정해 주었다.
현장에 있다 보면 장애인들의 기준에서 기다려 주기보다는 나의 기준에서 그들이 성장하기를 욕심을 낸다. 예전에 댄스스포츠를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스텝 세 발짝 띄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처음 가르쳐준 강사님은 일주일 만에 못 하시겠다고 그만두셨다. 하지만 시설 가족들이 너무나 좋아했다. 그래서 한 선생님께서 속성으로 배우셨다. 자신이 배운 것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우리 시설 가족들은 전국 장애인 댄스스포츠 대회라는 대회는 나갔고 상을 휩쓸었다. 문화교류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초청을 받아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만약 그 당시 그 선생님께서 포기하셨더라면 우리는 그들의 능력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천천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나는 깨닫는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그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나의 역할임을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P. 48
“선생님은 지금껏 타쿠토의 행동을 받아들였어. (중략) 지금처럼 보건실 등교를 계속하는 대신 반 친구들이 보건실에 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다른 하나는 타쿠토가 매일 아침 교실로 가서 모두에게 인사를 하는 거야 어느 쪽이든 선택하길 바란다.”
P. 100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던 그때의 제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를 아무리 분석한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중략) “도망친 곳에서도 미래를 향한 길은 이어지고 있다.”
P.108
그리고 늘 반복하던 행동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기준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약간의 거북함과 불안을 느끼게 되는 거죠.
P. 162
발달장애인에게 ‘생각이 완고하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습니다. (중략) ‘생각이 완고하다’는 것은 이러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겠죠.
P. 174
형을 때린 것에 대한 죄책감인지 전혀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한 비참함인지 앞으로도 형과 생활해야 하는데 엉뚱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인지 몰라도 모든 것이 엉망이라 울어버릴 수밖에 없었어요.(중략) 형과 마주 보았을 때 형은 “용기를 잘 냈어‘라고 말했어요. (중략) 그 후 형은 두 번 다시 저를 때리지 않았어요.
P. 175
괴롭힘을 당하면서 과거를 떨쳐 버리고, 공포의 상징이었던 존재를 때린 거에요.
P. 182~183
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는 저에게 누군가 다가오더니 “내 조수가 돼 주지 않겠니?”라고 물어 왔죠. (중략) 그분은 저에게 기대했어요. 저는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웠고, 어리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P. 202
저는 안 되는 일을 해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갈고 닦을 수는 있었죠. 그렇게 저는 성장할 수 있었어요.
P. 203
그래서 다시 한번 전하고 싶은 말이 았어요. 제가 깨달은 것은 ‘극복 방법’이 아니고 단지 ‘마주 보는 방법’이라는 것이죠. 이 방법을 통해 저는 제가 일어난 모든 일을 제게 삶을 살아 가는 데 있어 필요한 무기로 바꿀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책과 콩나무'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