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중플롯 종합선물세트 [위험한 비너스]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갈색 고양이 환자를 진료하던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는 오래 전 인연이 끊어진 이복동생 야가미 아키토와 갓 결혼을 했다는 가에데라는 여성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결혼을 했다는 소식에 놀라운 마음도 잠시, 가에데로부터 아키토가 며칠 전부터 실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와 만나게 된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제수씨로부터 듣게 된 동생의 실종 소식은 하쿠로가 자신의 과거 인연이 있었던 야가미家를 떠올리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하쿠로의 어머니는 무명화가인 하쿠로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몇 년 뒤, 신경과 전문의인 야가미 야스히루 가 재혼을 하게 되면서 야가미家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그 가문에 편입될 수 없었던 하쿠로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을 하게 되어 수의사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게 이복동생 아키토는 물론이고 야가미家와 연이 끊어졌다고 내심 생각하며 살았던 하쿠로는 동생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자신의 어머니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 역시 머릿속에 떠올린다. 두 명의 아버지 그리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의 복잡한 관계와 현재 실종된 동생까지 찾아야하는 하쿠로는 제수씨인 가에데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왕성한 활동을 하는 미스터리 작가로도 유명한데, 올해에도 여러 작품들이 이미 출간되었다. 단순히 수많은 작품들을 쓴다는 것 이상으로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다양한 수상경력이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이상으로 영상화가 많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런 한 문장의 설명만으로도 그가 평단과 대중 양쪽 사이에서 균형있게 평가를 받는 작가인지를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다작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작품성과 오락성을 보장해준다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큰 갈래로 나누어봤을 때, 이 작품 [위험한 비너스]는 전작들인 [레몬], [플라티나 데이터],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변신]와 함께 의학 미스터리로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출신인 작가답게 형사나 탐정을 등장시키는 정통 미스터리류의 소설뿐만이 아니라 수학과 과학, 그리고 의학 등 다양한 배경 지식을 담아내어 여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의학 미스터리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라고 해도 이번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뇌과학과 서번트 증후군 등의 의학적 소재와 용어들이 후반부에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 책의 미스터리는 단 하나가 아니라는 책 띠지의 문구처럼 여러 가지 플롯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실종된 이복동생 찾기, 야가미家의 유산 상속 문제, 주인공과 가에데의 묘한 관계, 양부가 알고 있는 진실, 친가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 등 다양한 플롯들이 서로를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전개되어가면서 흥미를 돋우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 캐릭터의 직업이 수의사라는 점을 그냥 지나가는 배경으로 삼지 않고, 디테일하게 동물을 진료하는 묘사를 했다는 점에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다양한 플롯들이 뇌의학이라는 의학 미스터리의 중요한 소재를 가리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 여름, 열대야를 함께 보내줄 맛깔스러운 미스터리를 찾고 있던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