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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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해외 토픽에서 자신의 집 근처에서 납치를 당해 몇 년 동안 지하실에 감금되었다가 탈출에 성공한 여성들의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비슷한 납치 감금 사건이 들을 때마다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 그런 공간에서 몇 년 이상을 어떻게 살았을지 너무 안타깝고 무서웠다. 엠마 도노휴의 [룸]은 오스트리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납치 감금 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이다. 무려 24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친아버지인 요제프 프리츨에게 납치되어 지하실에서 자식을 7명이나 낳으며 살았던 여인이 피해자였던 그 사건은 세상을 충격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당시 사건을 조명하던 과열 경쟁 속 언론처럼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대신에 사건의 중심이자 피해자인 여성의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로 세로 11피트, 미터로 환산하면 3.3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은 좁은 헛간에서 살고 있는 잭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친구이자 세상이었다. 그 좁은 방에서 태어나 이제 갓 5살이 된 잭에게 있어서 밤마다 찾아오는 무서운 올드 닉이라는 나이든 남자는 공포 그 자체였다. 7년 전, 대학교 도서관을 향하던 착한 소녀는 올드 닉에게 납치되어서 이 곳 헛간에서 살게 되었고 잭을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었다. 이런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잭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그 방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좁은 방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아들 잭에게 아름답고 안전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주인공은 그동안 마음속으로 계획하고만 있었던 탈출을 실행하려고 한다. 




 밤에 나는 침대가 아닌 침대에 누워서 예전의 담요보다 더 푹신한 담요를 문질러 보았다. 네 살 때 나는 세상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엄마가 진짜 세상을 들려주었을 때는 모든 걸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제 늘 세상에서 살아 보니, 나는 사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늘 혼란스러웠다. 

                                                                                         - p.541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납치범인 올드 닉의 입장이나 시선이 아닌 그런 범죄자에게 납치를 당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인생을 작은 방에서 보내야했던 주인공과 그녀가 낳은 아들의 관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상하기조차가 싫은 작품 속 상황속에서도 주인공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아들 잭때문이었다. 하지만 엄마밖에 모르는 순수한 잭 역시 어머니의 행복을 가장 바라고 있었던 존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방에서 두사람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았던 주인공가 잭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고 클리닉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된다. 어렵게 한 단계씩 치료를 받고 세상과 마주하는 그 과정은 마치 가장 순수한 아기가 점점 사회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사회화 과정처럼 느껴졌다. 물론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타의에 의해서 사회로부터 격리된 탓에 적응 과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어둡고 좁은 방에서 살아남았던 두 모자가 사회에서도 잘 적응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육체적, 정신적으로 강하거나 혹은 꼭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남달라서 이런 결과가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진 상태가 아닌 인간에게도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범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이 그 힘든 상황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는 작품 속 이야기 전개를 보면서 휴머니즘의 감동을 느꼈다. 마침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져서 곧 개봉을 한다고 하니 영상으로 표현될 두 모자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특히 여주인공이자 잭의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 브리 라슨의 연기가 매우 호평을 받아서 아카데미 시상식 여주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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