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중학교 시절, 한 소녀가 학기 중간에 전학을 왔고 그 소녀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게 학교에 돈 적이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한 외모와 말 없는 성격이 그 소문을 더욱 부채질했고,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따라 다녔던 것 같다. 유독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했던 그 소녀가 오쿠다 히데오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이 났던건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유독 무리와 동떨어진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는 인물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소문을 만들어낸다. 물론 흥미로운 점은 그 소문이 아주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1% 정도의 사실은 들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99%의 거짓도 믿게 된다는 것이다.

 

  [공중그네],[남쪽으로 튀어] 등등의 소설이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의 인기 소설가이다. 주로 유머러스러한 작품들을 많이 출간했는데, [소문의 여자]는 적어도 표면 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중고차 판매점에서 사기를 당해 동료 직원들과 방문했던 한 남자는 중학교 때 동창인 이토이 미유키를 발견하게 되고, 이어진 9개의 이야기에서도 중심 인물이 이 여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흥미로운 점은 소문의 중심은 이토이 미유키는 이야기 상에서 주변 인물로 인식되고 있고, 모두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대사로 그녀의 이미지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녀가 전문대 입학 이후부터 변했다는 이야기, 만나는 남자들이 급사를 했다는 이야기, 어느 순간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그녀를 둘러싼 소문들은 진실과 거짓, 그리고 질투와 악의가 혼합되어 실체를 알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정작 이토이 미유키의 입으로부터 진실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기분이 든 것은 왜 일까?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오쿠다 히데오가 단순히 유머 소설만 쓰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우리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유머와 함께 결합해서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도 이토이 미유키에 대해서 소문을 만들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여러 가지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죽을 때까지 이토이 미유키의 악행만 이야기하지 자신들의 잘못은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인물들을 통해서 오쿠다 히데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남의 악행을 비난하기에 앞어서 나의 양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이거 아니었을가? 앞으로도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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