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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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없는 기자 지망생에서 최연소 여성 메인앵커까지,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123일 난데없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뿐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의 눈과 귀가 국내 정치에 몰리게 되었다. 평소에 뉴스를 보지 않았던 주변 지인들조차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잠에 들기 전에 TV와 휴대폰을 통해 뉴스를 확인하는 몇 개월의 시간이 지속되었다. 각 방송국와 신문사가 치열한 보도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끌었던 뉴스 프로그램이 바로 JTBC의 뉴스룸이었다. 종편채널 JTBC를 대표하는 보도 프로그램으로 언론인 손석희가 초반에 메인 앵커를 맡아 기틀을 다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줄곧 메인 앵커를 남성 언론인들이 맡아오다가 처음으로 이 책의 저자 한민용 기자가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잊지 못할 한 시기로 기억될 지난 몇 개월 동안 뉴스룸에 가운데에서 뉴스를 전달한 그녀의 치열했던 삶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수유리 빨래골이라는 곳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복잡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하루 빨리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 취직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고, 중국 유학을 떠나 최고 명문 북경대 합격증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쁨에 앞서 학비를 벌어야 한다는 현실에 저자는 동대문 옷가게와 마트 알바 등을 하며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사실 뉴스룸 앵커로만 접했던 독자들로서는 저자가 언론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쳤는가를 알 수가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고백하는 처절한 실패담은 지름길이 아닌 직접 부딪치고 좌절하며 얻은 교훈들이 어떻게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는가를 느끼게 해준다. 1순위 일류 언론사로 곧바로 들어가지 못했어도 다른 언론사들을 거치며 경험을 쌓은 것과 그렇다고 거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목표에 재도전을 하는 오기가 오늘날 저자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지난 시간들을 담담히 써내려간 이 책에서 몇 가지 이야기와 장면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바로 자동차 도색 일을 하는 동생에 대한 걱정과 안부 인사 그리고 사회부 기자가 죽음을 좇는 직업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사연들이었다. 매일 뉴스를 전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들 중 하나가 바로 노동자들의 죽음이다. 최근에도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황당하게 죽어나가는 뉴스들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그런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저자가 실제로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생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봤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또한 사회부 기자로 현장에서 발로 뛰며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마주쳤을 누군가의 죽음 역시 저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고민과 고통 그리고 사라짐이 헛되지 않게 뉴스룸을 비롯한 이 세상 모든 보도 프로그램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다수 대중들이 뉴스를 진행하는 여성 앵커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연예인과 같은 화려한 외모와 더불어 고학력, 고스펙에서 나오는 지적인 요소가 겹쳐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과거 많은 여성 앵커들이 언론인으로서의 능력 외에 요소들이 부각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토로했었다. 한민용 앵커는 그런 부차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는 세간의 평가들을 지적하기 보다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직업군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지혜로운 방식을 선택했다. 이제 이 책이 재능 없는 기자 지망생이었던 과거의 저자처럼 현재 헤매고 있는 언론인 지망생들에게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진부한 조언이 아니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서 스스로 증명해낸 저자의 시간들이 지표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까 대한민국 최연소 여성 메인앵커라는 타이틀이 현재의 저자를 과장하고, 지나온 날들을 축소했다는 책 첫 머리 저자의 말이 옳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몇 개의 화려한 타이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 많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으니 직접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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