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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
서맨사 다우닝 지음, 신선해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4월
평점 :

이게 다 너희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티처>
과거에 있던 계급 제도가 사라진 현대 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와 명예 그리고 거미줄 같은 인맥이 한데 어우러져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크게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엘리트 사회의 중심에는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의 부유층 자녀들이 각 지역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들어가 좋은 성적을 얻고 추천서를 받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과 숨 막히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이 러블리 와이프>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가인 서맨사 다우닝의 <티처>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동부에 위치한 명문 사립고 벨몬트 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이상하고 음흉한 사건들을 그려내고 있다.
6개월 전 벨몬트 아카데미에서 올해의 교사로 뽑힌 영문학 교사 테디가 미운털을 자신의 학생들 중 한 명인 잭 워드의 아버지와 상담을 하는 장면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그 짧은 장면 하나만으로도 테디 크러처라는 인물이 얼마나 뒤틀린 내면의 소유자인가를 독자들은 단번에 알 수 있다. 집안의 재력과 실력을 가진 잭을 못마땅하게 여진 테디는 과거의 또 다른 제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이 내릴 수 있는 벌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학교 행사 중 학부모들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잉그리드가 독살을 당하고, 연달아 테디의 동료 교사들 중 한 명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벨몬트 아카데미에서 연달아 일어난 끔찍한 사건의 배후에는 바로 뒤틀린 내면의 소유자인 테디 크러처가 있었다.
사실 이 소설이 단순히 사이코패스 교사의 연쇄 살인 행각을 그린 작품이라면 이렇게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가진 차별화된 부분은 독을 품은 식물을 이용해서 자신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괴롭히는 테디뿐만이 아니라 악의를 품은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악의의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이자 이 소설 속 여러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서로를 의심하고 괴롭힌다. 작품 초반에는 교사 테디의 행각만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거미줄 같은 인물 간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과연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지 미치도록 궁금해진다. 소설로도 재밌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로 인해 훨씬 더 흥미를 끌 것 같아서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