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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모두가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도 참 된 인생이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때로는 편안한 멜로디를 들려주는 가수로, 때로는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로, 때로는 옆집 아저씨처럼 세상 이야기를 논하는 라디오 디제이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김창완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 표지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작은 동그라미들이 담겨져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사실 저자는 진행하던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읽고 나면 원고 뒷면에 동그라미를 거의 매일 그렸다고 한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그 동그라미들은 어딘가 조금씩 찌그러져 있어서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들이 모두 동그라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저자가 평생 살면서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과 그리고 이 책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의 중심에는 바로 이런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어떤 하루는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을 상처를 받기도 했을 것이고, 또 다른 하루는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어떤 일상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않고 또 너무 들뜨지 않는 그럼 차분함이 머릿속에 한가득 떠올려졌다.
찌그러진 동그라미 이야기처럼 이 에세이 한 권에는 아주 짧지만 그래도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었다. 저자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는 목동에 올 때마다 하늘을 바라 봤고, 오늘 본 하늘과 어제 하늘을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냥 오늘 하늘은 오늘 하늘일 뿐인데 우리는 어제 또는 그제 하늘과 비교하는 것에 익숙하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에는 비교를 하는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이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야생종자 전문가로 잘 알려진 고려대 강병화 교수가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다고 한 말을 소개하는 글도 굉장히 인상에 남았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잡초라는 이 말에는 처음부터 잡초로 난 것이 아니라 그저 상황에 따라 잡초로 여겨진다는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었다. 우리 모두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후천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더욱 집중을 하면 인생이 조금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국내외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너무 어렵지 않은 문장들 속에서 통찰 있는 삶의 지혜를 때때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어떤 하나의 정답만을 바라보며 사는 인생이 아니라 제각각의 인생 모두가 가치가 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얻었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다보면 이런 생각은 어느 순간 잊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오늘도 인생길을 걷는다는 덤덤한 문장이 담겨 있다. 우리는 마치 달리기 선수처럼 누군가와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모두 각자의 길을 묵묵히 그리고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어디에 잠시 머무르며 쉬어 갈 수도 있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빨리 갈 수도 있다. 너무 자신을 재촉하며 힘들게 하지 말고 조금만 더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 나무 밑에 드리워진 선선한 그늘 밑에서 이런 에세이 한 권을 읽어 보는 것도 여름철 휴가의 꿀맛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