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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평점 :

금기를 어긴 대가는 어떤 모습으로 오는가,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아무리 삼포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멋진 검은 정장과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랑 신부의 결혼식이 열린다. 많은 하객들 앞에서 혼인 맹세를 한 그 직후부터 험난한 여정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당사자만 모른다. 결혼이라는 현실을 마주한 그들은 수많은 유혹과 난관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중 최악은 단연 불륜일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 <테레즈 라캥>, <마담 보바리>와 같은 고전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현대에 와서 수없이 재생산되는 드라마와 영화 속 주요 단골 소재가 바로 불륜이다. 인륜지대사라고 일컬어지는 결혼 생활을 지옥으로 변모시키는 이 배신은 그만큼 인간사의 고뇌와 고통을 한 번에 드러내기 적절한 행위인 것이다. 국내에서 <테라피스트>에 이어 두 번째 소개되는 헬레네 플루드의 이 소설 역시 이웃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다가 뜻하지 않게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열세 살 딸 엠마와 네 살 아들 루카스를 사이에 둔 오스먼드와 리케 부부는 시댁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리케는 살인 사건 발생보다 피해자가 바로 윗집에 살고 있던 요르겐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표면적으로는 이웃이 죽은 사건이지만 그 이웃이 자신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살해된 직후 그 집에 몰래 찾아갔기에 그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 과거에 지인이었던 잉그빌드 프레들리 형사가 이번 살인사건에 지휘를 맡게 되고 그녀에게 피해자와의 불륜 사실을 고백한다. 잉그빌드는 그 고백을 들은 직후, 리케에게 아무래도 가해자는 외부인이 아닌 아파트 주민들일 확률이 높다는 정보를 건넨다. 그 정보를 듣는 순간, 리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과연 누구였을까.
불륜과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설정을 가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직 심리학자답게 이런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주인공 리케와 피해자 요르겐의 첫 만남과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집어넣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불륜의 추악함과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지적보다는 이런 상황에 빠진 주인공의 여러 가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쩌면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호불호가 결정될 것이다. 지금까지 불륜을 다룬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 펼쳐지는 막장스러운 복수혈전이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기대하지 않았으며 한다. 그 대신에 열길 물속보다 더 헤아리기 어려운 우리 인간의 마음을 밑바닥까지 구석구석 훑는 작가의 심도 있는 문장들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작품이 분명히 마음에 들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이웃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 여주인공이 마주하게 되는 충격적인 진실은 무엇일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