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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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사건 곁으로 돌아왔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몇 년 전에는 방송인들이 유명 맛집들을 방문해서 음식을 먹는 프로그램이 유행을 했고, 이어서 해외 관광지들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최근 방송들을 보면 과거에 발생한 유명한 범죄 사건들을 파헤치는 방송 프로그램이 굉장히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물론 범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요소까지 언급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방송들의 등장은 결국 단순히 기사 하나로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범죄들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마음을 포착한 결과일 것이다. 인간의 범죄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들 역시 결국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또 휘말리게 된 여러 인물들을 그리는데 집중한다.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으로 손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 시리즈 속 주인공인 가가 교이치로 형사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끝난 줄 알았던 이 시리즈의 화려한 복귀를 알리는 이 소설 속에서도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호화스러운 별장들이 들어선 어느 고즈넉한 지역에서 모인 별장 주인들과 몇 명의 초대 손님들이 바비큐 파티를 여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 파티에 참석한 구리하라 가족, 다카쓰카 가족, 사쿠라기 가족 그리고 야마노우치 가족들은 직업과 나이는 다르지만 경제적 여유를 가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소설 초반부에 묘사되는 이 사람들은 겉으로는 교양 있어 보이지만 끊임없이 누군가를 재고 또 재는 시선을 멈추지 않는다. 가족 중 한명의 생일이 더해진 이 연중행사가 끝나자마자 끔찍한 연쇄 살인이 발생하고 각 별장에서 피해자들이 발견된다. 황당하게도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그 지역의 유명 호텔 다이닝 룸을 방문하고 거창한 코스 요리를 끝낸 뒤에 자수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범인의 동기나 범죄 행각의 전말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데 지친 유족들은 자체적으로 모여 검증회를 열기로 결정을 한다. 그리고 가가 형사는 간호사 가나모리 도키코의 소개로 유족들 중 한 명인 하루나를 만나게 되고 그 검증회에 참석하게 된다.



 

적어도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이웃들의 파티가 끝난 직후 일어난 흉악한 범죄, 그리고 그 범죄를 일으켰다고 범죄 도구를 공개한 범인까지 잡혔지만 사건의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아 답답한 유족들이 있다. 그 유족들이 검증회라는 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초대된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사건 이면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을 밝혀내는 이 작품에는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애독하는 독자들이라면 몰입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최근에 출간한 작품들에서 다소 실망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으로서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왜 그가 일미의 제왕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소설이다. 단순히 범죄 트릭이나 반전 때문만이 아니라 이 사건에 휘말린 이들의 복잡한 내면을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 사건들이 그런 것처럼 인간의 마음속에 어둠이 내리고 그 싹이 점점 자라는 것만큼 소름끼치는 비극도 없을 것이다. 그 싹이 자라지 않도록 평범한 인간이 우리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미스터리 수작이었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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