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4년 8월

 모든 것이 이상하고 어려웠던 바로 그 시절,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시험 성적만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아주 사소한 일로 인해 원수처럼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이 주기적으로 샘솟는 시기가 바로 청춘이다. 누군가를 아무런 조건 없이 미워할 수도 또 기꺼이 사랑할 수도 있는 인생의 유일한 시기 역시 청춘일 것이다. 이 청춘에 대한 작가들의 집착과 칭송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문학 장르를 통해 표현되어왔다. 일본의 3대 여성작가로 손꼽히는 무라야마 유카의 이 소설 역시 바로 그런 청춘 특유의 불안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하는 희망과 열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드넓은 쇼난 해안이 한눈에 보이는 집에서 아버지와 누나와 살고 있는 고등학생 야마모토 미쓰히데는 서핑에 푹 빠져 있다. 꽃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대식구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후지사와 에리는 학생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모범생이다. 겉으로는 지극히 무난한 고등학생의 삶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태풍이 몰아치기 일보 직전의 응축된 감정들이 가득 차 있다. 그다지 접점이 없어 보였던 이 두 청춘이 요코하마의 밤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날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다시 시작된다.

 그 사건을 계기로 미야코라는 동급생을 짝사랑하지만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는 에리가 자신의 인생 첫 번째 일탈을 목격한 미쓰히데를 만나고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파격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두 사람 사이에서 정서적인 교류가 없었음에도 이런 관계로 시작하는 충격적인 설정이 이 작품을 기념비적 문제작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가가 단순히 성적인 요소만 부각시키는데 공을 들였다면 복간되거나 문학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파격적이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두 사람의 이런 관계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청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두 주인공들과 같은 경험까지는 아니었어도 타인의 상식적인 시선과 기준으로 일탈을 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엄청난 파장이나 결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았거나 모른 채 넘어갔을 뿐이지 우리는 크고 작은 경험들을 하며 청춘이라는 시절을 보내기 마련이다. 어쩌면 자신의 그 은밀한 내면까지 그리고 밑바닥까지 스스럼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상대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가 비극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나온 그 어떤 청춘 소설보다 뜨겁고 이상하고 파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이 소설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얼른 첫 장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