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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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존재를 만들 수 있다는 그 오만함에 대하여, <악의 유전학>

 


 

 환경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더 뛰어난 개체를 만들려는 어두운 욕망을 가진 미치광이 과학자들은 비단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의학 전공자인 작가가 펴낸 이 소설에서 언급되고 있는 트로핌 리센코 역시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했던 실존 인물이다. 생물이 특정 환경에 적응하여 얻은 특정한 형질이 다음 세대에로 유전되어 진화가 일어난다는 주장, 즉 용불용설을 내세운 프랑스의 생물학자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 유전 이론을 계승하여 소련의 농업 정책을 이끈 리센코와 소련의 권력자이자 독재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허구적 설정을 바탕으로 탄생된 작품이다.

 


 

 우선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들의 삶에 허구적인 사연이나 설정을 추가해서 나온 작품들이 그동안 국내외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내 작가가 다른 나라의 인물을 중심으로 내세웠다는 이 점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획들 형질의 유전에 사로잡혀 오랜 세월 무고한 아이들을 데려와 광기의 실험을 자행하는 리센코 후작과 그 실험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과연 운이 좋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여인 케케, 그리고 그녀가 낳은 자식까지 이 세 사람의 복잡한 사연은 과연 악은 유전되는가라는 인류의 오래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리센코 후작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트로핌 리센코는 자연적으로 인위적으로 저온처리를 해서 발아를 시켰던 기존의 춘화처리 기술로 유명해졌지만, 자기 검증을 뒤로 한 채 오로지 하나의 길만 걸어가다 소련의 농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실패한 과학자였다. 지금까지도 과학계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이런 사람을 모델로 탄생한 리센코 후작을 통해 과학이라는 이름이 만능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다시 말해서,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되고 수정되고 폐기될 수 있는 것이 과학이라는 뜻이다. 최근에 들어서 과학이라는 단어나 너무나도 남용되고 오용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과학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과학이 언제나 완벽해서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논리적 근거를 통해 합리성을 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려는 이들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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