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누군가를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나요,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영상 예술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서술 트릭을 여전히 많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이 활용하고 있다. 오로지 활자로만 이루어진 작품 안에서 최소한의 단서만 주어지고 막판에 이르러서야 독자들은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많은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아시자와 요 작가의 특징이라면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악의와 배신 그리고 모순 등을 매우 섬세하게 잘 그려낸다는 것이다. 이번 신간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에서는 나쓰코와 사에라는 두 명의 여성들을 중심인물로 내세우며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얼마나 복잡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하라 사에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자신의 배란일에 맞춰 남편 다이시가 집에만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는커녕 밖에서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게 극도로 실망한 사에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나쓰코뿐이다. 자신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잘라주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에게는 터놓고 말할 수 없는 극히 사적인 이야기까지 말할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나쓰코뿐이다.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 두 사람의 사이가 평범한 관계 그 이상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언제 참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과도 같은 결혼 생활이 이어지다가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만다. 바로 사에를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다이시가 실종이 된 것이다. 다이시의 불륜을 이미 알고 있던 사에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 결코 멀어지지 않고 부부 사이를 지켜보던 나쓰코까지 그 실종 사건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독자들은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던 실마리들이 여러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로부터 생겨나고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았던 사건의 핵심으로 점점 더 접근하게 된다.

 맨 처음 언급했던 것처럼, 이 심리 미스터리 소설은 서술 트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나면 이 책의 제목에 담긴 누군가의 진심이 마음을 강하게 때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는 그 순간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의 숙명이다. 그 숙명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 아름답고 그래서 더 슬픈 관계가 이 책에 등장하는 그런 사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작가는 그런 관계를 심리 미스터리라는 장르 안에서 매우 독특하게 풀어 나가고 있으며, 국내 독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