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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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만의 재치와 상상력을 맛볼 수 있는,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낯선 부자로부터 초대를 받은 남녀 무리들이 바다 위 홀로 떨어진 섬으로 오게 되고, 그날부터 한명씩 다양한 방법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설정은 지금 기준으로도 보아도 굉장히 파격적이다. 바로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줄거리이다. 여전히 전 세계의 추리 애독자들이 읽고 있는 이 작품은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도 재탄생되어 소개되고 있다.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의 기수들 중 한 명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신간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에서도 이런 걸작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14개의 중단편이 수록된 이 작품집의 대미를 장식하고 중편이 바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재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가명으로도 국내 장르 독자들에게 친숙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수많은 작품들이 그동안 여러 출판사들을 통해 소개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작가만의 재치와 상상력을 마치 뷔페처럼 조금씩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여러 중단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고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표제작인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였다. 미에현 이세만에 떠 있는 작은 섬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손님들이 모여든다. 덴스케라는 갑부로부터 섬에 세워진 최고급 리조트를 모니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모인 이들이지만 사실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 손님들에게는 큰 죄를 저지른 과거가 있었고, 정체 모를 덴스케가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섬으로 초대한 것이었다. 각자 머리를 맞대고 그 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만 더 늘어만 가고,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분명히 큰 줄기와 등장인물들의 면모는 원조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빼닮았지만 후반부에 몇 가지 반전을 준비해서 차별화를 꾀했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장르 독자들의 정신적 지주로 남아 있는 거장의 대표작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를 곁들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불길한 전반부와 다르게 산뜻한 결말을 맺은 첫 번째 단편 <저택의 하룻밤>, 판타지와 추리 장르를 적절하게 섞은 <선로 나라의 앨리스>, 무더운 여름에 서늘함을 선사할 <극적인 폐막> 등을 인상 깊게 읽었다. 장르 소설 애독자라고 하더라도 그 취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직접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자신의 취향과 부합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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