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이 너를 베리라
S. A. 코스비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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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두 아버지들의 처절한 복수, <내 눈물이 너를 베리라>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문장은 낳고 기른 자녀가 떠나고 난 뒤 세상에 남겨진 모든 부모들의 고통을 의미하다. 전 재산은 물론이고 자신의 목숨이라도 바쳐서 떠난 자식을 되살릴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생전에 화목한 시간만 보냈어도 이별의 고통이 큰데, 그마저도 해주지 못한 부모의 마음은 더욱 아플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만들어낸 형벌 속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재작년 출간된 <검은 황무지>로 국내 스릴러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 잡은 S.A. 코스비 작가의 최신작 <내 눈물이 너를 베리라>에 나오는 두 아버지들 역시 그런 십자가를 지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사돈 지간인 아이크와 버디 리는 한 날 한 시에 하나 뿐인 아들들을 끔찍한 사건으로 잃고 만다. 자신들보다 한참 더 살아가야할 시간이 많았던 아들들을 잃었지만 온전하게 애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이 두 아버지들에게는 자신의 아들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말과 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도 않고, 자식들의 묘지마저 참혹하게 훼손되자 아이크와 버디 리는 직접 범인을 잡아 응징하기로 결심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두 사람에게는 교도소에서 징역살이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런 부끄러운 자신들의 이력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지난 12월 동성결혼 보호 법안이 미국에서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은 존재한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의 폭언과 주먹질보다 더 큰 상처가 되는 것이 바로 가족들의 외면일 것이다.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할 가족들이 가장 먼저 등을 돌릴 때 그들이 느낄 모멸감과 애통함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두 아들을 죽인 이들을 추적하는 아이크와 버디 리의 심정이 복잡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아들들을 죽인 범죄자들은 따로 있지만 이들 역시 상처를 준 과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성소수자 가족들만 헤아릴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을 복수극이라 장르 안에서 섬세하게 풀어가고 있다. 단순히 희생된 가족을 대신에 악을 처단한다는 카타르시스를 뛰어 넘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뿐만이 아니라 미국 내 흑백 갈등과 차별에 대한 문제 역시 짚어주고 있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이크와 버디 리가 자식들을 위해 복수에 성공을 한다고 해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살아있을 때 아이지아와 데릭에게 퍼부었던 모진 말들을 주어 담지도 못할 것이고, 미안하다는 말도 직접 건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들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고, 앞으로 살아가며 만나게 될 또 다른 아이지아와 데릭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딱 하나만 덧붙이자면, 원래 제목인 면도날 같은 눈물을 내 눈물이 너를 베리라는 시적인 제목으로 바꾼 것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초반과 결말에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눈물을 작가가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진 가치는 충분하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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