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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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서 나이순으로 매길 순 있지만 죽음의 순간은 그 순서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평온하게 잠이 든 상태에서 세상을 뜨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또는 고통스럽게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4회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인 <굿바이. 욘더>의 주인공 김홀 역시 젊은 나이에 아내와 사별한다. 암에 걸릴 유전자를 안고 있다는 것을 결혼 전에 알았음에도 이 둘은 결혼을 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시간을 마음껏 보낸다. 하지만 아내 차이후가 예측 가능했던 암에 걸리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김홀은 뉴 서울에 홀로 남겨진다. 소설은 김홀이 아내 이후를 떠내 보내는 임종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문을 연다.

 


가상공간과 현실이 함께 만나며 이루어지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뜻하는 사이버네틱 스페이스를 비롯해서 예측진단이나 네트워크 웨어인 핸디가 일상화된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다. 물론 이 책이 십년 전에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정도 상용화나 대중화 직전 단계까지 온 최첨단 기술들도 등장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흥미롭고 놀라운 근미래 기술 환경들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작가는 단순히 기술 문명의 혜택만을 그리지 않고 그것을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욕망과 연결시킨다. 그 욕망이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의 내면에 자리를 잡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을 말한다.


 

아내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홀은 바이앤바이라는 회사를 알게 되고, 아내가 그 회사에 데이터를 넘겨 인공지능 아바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왠지 모를 망설임 끝에 아내와 똑같은 아바타를 만나게 되지만 어색함과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피치라는 한 해킹 전문가 소녀를 만나게 된다. 피치 역시 아버지의 아바타가 바이앤바이에 있어 방문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피치가 죽게 되면서 김홀은 욘더라는 미지의 공간을 알게 된다. 최근 뉴 서울에서 발생하고 있는 몇몇 자살사건과 피치의 죽음이 이 욘더와 연관이 있다고 직감한 김홀은 서서히 새로운 세계로 접근을 한다.


 

너무나도 빨리 찾아온 누군가의 죽음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순간들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불안정한 생활을 보내기도 하고 스스로 사회적 격리를 선택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처럼 떠나보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갈망 하나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욘더라는 공간에 강렬하게 끌린다는 설정이 그리 황당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자신의 삶에서 큰 의미였던 누군가를 갑작스럽게 잃게 되고 나서 느끼는 감정들은 오로지 동일한 경험자들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욘더로 향했거나 들어가려고 하는 선택들이 올바른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등장인물들과 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좌절 그리고 상실 역시 모두 인생이 주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매순간 행복할 수 없고 매순간 웃을 수 없는 우리의 삶에서 여전히 배워가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과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최첨단 기술을 적절하게 결합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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