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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스티븐 킹, 요 네스뵈, 마이클 코넬리, 제프리 디버 등 오랜 기간 동안 독자들과 만난 작가들에게는 그들의 전체 작품을 아우르는 몇 가지 특징들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물건에 새겨진 인장이나 표식처럼 그런 특징들을 매 작품마다 찾는 것 또한 팬으로서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미국의 스릴러 작가 할런 코벤의 작품들에서도 그만의 특징들과 기호를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특징을 하나 꼽자면 바로 가족 구성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다. 독자의 눈길을 첫 장부터 사로잡는 뛰어난 스릴러 작가들은 저마다 장기들이 하나씩 있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가정의 남편, 아내 또는 자녀가 사라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할런 코벤의 소설 속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이어서 낯선 이들의 방문이나 연락이 이어지고 그동안 몰랐던 가족의 비밀이 밝혀진다는 전개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물론 가깝게 지내던 사랑하는 이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며 전개되는 스릴러 작품들은 매우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할런 코벤처럼 충격적인 뒷이야기를 가지고 오지는 못할 것이다. 수많은 스릴러 소설을 통해 내공을 쌓은 장르 소설 마니아들의 뒤통수를 칠 정도로 충격적인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인공 앞에 나타난다.
이십 여 년 넘게 꾸준히 시리즈와 스탠드 얼론을 내놓은 할런 코벤의 작품들 중에서도 초기작에 속하는 이 소설에서도 그 특징은 고스란히 등장한다. 벡과 엘리자베스는 말 그대로 세상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봐준 소울메이트였다. 첫사랑으로 시작해 결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은 엘리자베스의 죽음으로 멈추게 된다. 둘만의 특별한 장소였던 샤르메인 호수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연쇄살인범 킬로이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그로부터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벡은 여전히 아내와 이별했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하다. 그렇게 죽지 못해 살아가던 그에게 충격적인 두 가지 사건들이 갑자기 발생한다. 하나는 벡과 엘리자베스의 특별한 기념일과 관련된 이상한 메일이 도착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샤르메인 호수에서 두 남자의 시신들이 발견된 것이다. 차근차근 이메일 속 암호와 퍼즐을 풀어나가던 벡은 아내 엘리자베스가 8년 전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에서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다는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아내의 흔적을 추적하는 와중에, 다른 한 쪽에서는 완전히 다른 입장과 목적을 가지고 벡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생각해보니, 이 초기에 속한 작품에서부터 할런 코벤은 서두르지 않고 과거에 묻혀 있던 조각들을 조금씩 독자들에게 제시하며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결말로 이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주는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가장 높았다고 한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함께 보내던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면 그 상실감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이유 때문에 스스로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한 당사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할런 코벤은 이렇게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설정과 소재를 기반으로 스릴러 작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너무 대중적이라고 평가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작가가 가진 큰 장점이자 매력일 것이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이 그의 소설들을 영상화하자고 손을 내민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이 보고 싶고 알고 싶어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가가 바로 할런 코벤이다. 그의 작품들 전체를 아우르는 개성과 매력이 시작된 초기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