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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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치듯 빠져나온 고향으로 돌아가 과거와 마주하다, <블랙하우스> 

 

 

 어린 시절에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 중에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 않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이 우리를 매순간 고통의 구렁텅이로 끌고 가지는 않지만 문득문득 머릿속에 나타나 괴롭힐 수 있는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스릴러 작가 피터 메이의 이 소설 속 주인공 역시 그런 과거의 올가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잠시 쉬고 있던 핀 매클라우드 형사에게 고향에서 발생한 기이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라는 윗선의 명령이 떨어진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핀 형사는 고향 루이스 섬으로 떠난다. 

 

 

 

 핀 형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은 스코틀랜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루이스 섬에서도 가장 북쪽인 네스 지구에 속해 있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라면 비슷했겠지만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바로 공부였다. 핀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슈타르의 아버지이자 교수였던 분의 도움으로 크로보스트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그의 유년기 시절을 흔들어 놓았던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사랑과 질투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마샬리, 폭력을 좋아하는 맥리치와 앵거스 형제, 마을 목사의 아들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도널드 머리가 있었다. 

 

 

 

 이들 중 앵거스가 보트 창고에서 벌거벗긴 채 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핀 형사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 끊어졌던 연결 고리가 다시 이어진다. 고향 루이스 섬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의 대를 이어 목사가 된 도널드를 비롯해서 아슈타르, 마샬리, 맥리치 그리고 캘럼까지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이들은 핀 형사에게 어린 시절 겪을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만들어준 인물들이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이들과 마주하게 된 핀 형사는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동시에 자신의 과거 속 묻어두었던 크고 작은 비밀의 상자들을 열게 된다. 

 

 

 

 무려 1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형사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는 피터 메이의 이 스릴러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였다. 현재와 과거의 비중이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핀의 유년기 이야기가 마음 속 깊이 들어왔던 것이 이 때문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유년 시절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너무나도 부끄럽고 고통스러워서 마주하고 싶었던 사건들도 존재한다. 돌아갈 수 없기에 계속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유년기 시절의 추억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악의 없는 장난과 지울 수 없는 상처들이 이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특히 작품 속 배경인 루이스 섬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가넷 새 사냥을 묘사하는 부분은 압권이었다. 루이스 섬 남자들의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이 사냥은 결국 우리가 인생에서 거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고통들의 집약체 그 자체로 느껴졌다. 평화롭고 무난하게 보내고 싶지만 우리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인생일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외면하기에는 어느 순간 갑자기 가장 소중한 것을 손에 쥐어주는 것 역시 우리네 인생이리라.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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