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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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던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러간 공연장, 개봉만을 기다렸던 신작을 보러 달려간 극장, 모처럼 시간을 내서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놀러 간 놀이공원,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탄 병원 엘리베이터 이 공간들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도 편하고 쉽게 찾는 곳들이다. 오로지 휴식과 이동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이 공간에서 공포의 가능성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제프리 디버의 <고독한 강>에서는 누군가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이 공간에 들어선 선량한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직접 공격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패닉 상태에 빠질 만큼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뒤에서 즐기는 것이 기존 범죄자들과의 차이점이었다.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 소속 특별수사관인 캐트린 댄스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당분간 민사부로 옮겨 일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댄스 형사가 민사부로 옮겨가고 나서 처음 맡게 된 사건 뒤에 숨겨진 음모를 추적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캘리포니아 갱단 범죄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증인을 조사하다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캐트린 댄스 형사는 최근 발생한 클럽 솔리튜드 크리크 화재 사건을 맡게 된다. 세 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온 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재는 클럽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었던 클럽 내 관중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비상구로 몰려가다 뒤엉키게 된 것이다. 이 클럽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저자 사인회 행사에서도 일어나고 또 다시 많은 사상자를 내고 만다. 댄스와 수사팀은 점점 이 사건들 뒤에 존재하는 끔찍한 범죄자의 실체에 다가가려고 하지만 범죄자 안티오크 마치는 또 다른 계획으로 죄 없는 민간인들을 노린다.



 

링컨 라임 시리즈로 국내에도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범죄 소설 작가 제프리 디버의 또 다른 대표작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을 드디어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상대방의 몸짓 언어를 순식간에 분석해서 수사를 하는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의 재능이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번 소설에서는 클럽 솔리튜드 크리크에서 시작한 중심 사건 이외에도 갱단 사건과 댄스의 가족들 이야기가 서로 얽혀 진행된다. 무엇보다 마이클 오닐 형사과장과 코딩 전문가인 존 볼링 사이에서의 미묘한 로맨스까지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허술하다는 느낌을 결코 주지 않는 제프리 디버의 프로다운 노련미가 무척이나 독보였던 작품이었다. 잠자는 인형을 시작으로 네 번째 작품인 여기까지 오면서 무르익은 주인공 캐릭터의 완숙미는 덤이었다.



 

이 소설 속 범죄 사건들과 범인의 의도가 굉장히 섬뜩하게 다가온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우리 주변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잔혹한 범죄 사건을 둘러싼 미디어의 행태를 보면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이 평소 느낀 생각이었다. 이런 황색 언론과 장단을 맞추면서 자극적인 내용만 찾아내려는 일부 대중의 저속한 행태 역시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안티오크 마치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또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조용히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거의 매일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나 범죄사건 등에는 언제나 안타까운 피해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의 불행을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대한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가치는 상실되고 말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행복과 상대 평가하며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리라.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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