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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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작년 글로벌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마약 거리를 촬영한 영상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해외 토픽을 다루는 국내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등장할 정도로 이 켄싱턴 에비뉴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보였다. 좀비 거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이 거리에는 대낮부터 마약에 취한 이들이 득실거렸다. 너무나도 쉽고 싸게 거래되는 마약들로 인해 누군가의 부모나 형제자매, 자식들이 일상과 단절되어 이곳에서 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작품 <보이지 않는 세계>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리즈 무어의 스릴러 소설 [길고 빛나는 강]은 바로 그 영상에 나온 거리, 켄싱턴 에비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약 중독자들과 매춘부 그리고 조직 폭력배들이 득실거리는 이 거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켄싱턴 에비뉴의 순찰을 맡고 있는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은 단골 가게에서 여동생 케이시의 소식이 한 달 정도 끊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부모 없이 자신과 동생을 키워준 외할머니부터 시작해서 친척들에게 수소문하지만 케이시 소식을 들은 이들이 없다고 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 미키가 사라진 여동생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과 함께 살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도통 어떻게 된 관계인지 몰랐던 자매의 사연이 하나 둘씩 풀어지게 된다.


 

너무나도 복잡한 얽혀 있는 거대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전달자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하나의 개인 또는 가족이 겪는 고난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를 일찍 잃고 조모에 의해 양육된 미키와 케이시의 어릴 적 친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부재했다. 케이시는 일찍부터 마약에 손을 댔고, 미키는 그나마 경찰관이 되었지만 자신에게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거리를 순찰하는 감시자와 그 거리에서 몸을 파는 입장에서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이 자매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단순히 한 가족의 비극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미국이 처한 현실까지 건드리고 있다. 이 소설이 미국 평단과 독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관심과 찬사를 받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작가 리즈 무어는 이런 미국이 처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극적인 묘사나 과장 또는 반전을 이용하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하나뿐인 동생의 생사를 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언니의 행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생은 물론 주인공 미키의 슬픈 비밀까지 드러난다. 미국만큼은 아니겠지만 국내에서도 마약 유통이나 복용과 관련된 각종 사건 사고 소식이 요즘 들어 너무 자주 들려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약이 자신의 육체와 영혼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던 모든 사회적 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토록 인간적이면서도 범죄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완성도까지 갖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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