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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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아름다운 호수 캉티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5성급 호텔에서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그 다음날 새벽에 호텔 경영자인 바이웨이둬가 산책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문제는 사건 전 날 밤부터 당일 아침까지 감시카메라에 찍한 사람은 피해자 한 명뿐이고, 호수에도 배 한 척 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밀실 아닌 밀실 살인사건이 되어버린 이번 사건을 두고 고민하던 경찰들 앞에 푸얼타이 교수가 등장한다. 친구 웨이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온 그는 조류학 교수이지만 범죄 연구를 취미로 하고 있다. 다소 거만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그는 빠르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문제 그리고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법률가와 작가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대만 작가 리보칭의 이 소설은 제목과 같은 이름의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군상극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책 표지에서부터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14년 작품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 영화 속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처럼 이 소설에도 그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왕쥔잉 검사와 차이궈안 형사, 푸얼타이 교수의 그의 절친이자 조수 역할의 웨이즈, 재벌가 출신의 피해자 부인 란니, 퇴직 경찰 뤄밍싱과 그의 전부인인 거레이 변호사까지 그야말로 성별, 직업, 연령, 성격이 천차만별인 수많은 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이런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은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독자들이 미스터리 군상극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재미일 것이다.


 

 독특한 캐릭터들의 활약만큼이나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사건의 진상에 다다르는 과정 그 자체일 것이다. 추리를 하는 주체들이 변할 때마다 사건의 본질이나 색깔이 달라지면서 하나의 사건을 두고 독립된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준다. 진실은 우리의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의외의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이번 군상극을 통해서 위트 넘치게 보여준 것이다. 또한 저자는 디테일한 부연 설명과 묘사를 곳곳에 배치해두는 방식으로 복잡한 구성 속에서 혹여 개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 또한 불식시켰다. 아직 대만 미스터리의 진가를 맛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입문서로 아주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OTT 플랫폼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를 보고 싶다. 그만큼 영상화를 해도 충분히 대중들에게 통할 매력을 품고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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