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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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가장의 무게, 죄의 대가

 

 

쇠락한 지역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며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지만 곧 날라 올 수많은 고지서가 걱정되는 한 남자가 있다. 보러가드 버그몽타주라는 쉽게 잊지 못할 이름을 가진 이 가장의 두 발은 절벽 끝에 가까스로 걸쳐 있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기력이 다한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내쫓길 위기에 몰리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에게는 대학 등록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때 불법적인 일을 같이 했던 로니와 레지라는 형제가 찾아와서 다이아몬드 강탈을 제안한다.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빠르게 도주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할 최고의 드라이버였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다 평범한 삶으로 복귀한 그에게 그 제안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앤서니, 배리, 매커비티, ITW(국제스릴러작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등 한 번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S.A.코스비 작가의 이 소설 속 주인공 보러가드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한 집안의 가장이자 노동자이지만 아버지로부터 타고난 운전 실력을 물려받은 재능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재능과 실력은 레이싱 코스가 아닌 범죄 현장에서 발현되었고 작가는 주인공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대가에 대한 이야기를 진중하게 다루고 있다. 수많은 유명 스릴러 작가들과 평론가들이 극찬을 한 첫 번째 배경에는 범죄 자체보다 그 범죄에 휘말린 주인공의 심리와 그로 인해 파생된 이야기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마무리한 완성도가 있다.

 

카레이싱과 체이싱을 다룬 영화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헐리웃에서 사랑한 대표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짜릿한 속도감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자극보다는 주인공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상황과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다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독자들은 주인공 보러가드를 그저 범죄 행위에 가담한 악인으로 관망하기보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 나약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러가드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아버지라는 유령이 존재한다.

 

원한, 치정과 함께 범죄의 주요 동기로 꼽히는 돈. 이 돈은 많은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이루게 만들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파괴시키기도 한다. 만약에 보러가드가 어머니, 아내, 자녀들이 없는 혈혈단신이었다면 로니와 레지 형제의 유혹에 그렇게 넘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에 대한 대가는 그만이 아니라 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지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교훈은 소설 속 존재들뿐만이 아니라 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유혹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피하기 어렵다는 것.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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