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 팬데믹 이후 회복과 성장을 위한 생존지도
리차드 데이비스 (Richard Davies) 지음, 고기탁 옮김 / 부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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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자연재해, 질병, 전쟁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극한의 상황을 맞이한 국가와 지역들을 알고 있다. 어떤 곳들은 그런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반면에, 또 다른 지역들은 몰락의 결말을 맞이하기도 했다. 2020년 들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한 전 세계 사람들은 그동안 겪었던 여러 위기들과 전혀 다른 사태를 마주하게 된다. 흑사병을 책으로만 배운 현 세대들은 이제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겪은 이 사태는 마스크를 쓰는 것만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길거리 상권은 황폐해져갔고 출근과 등교 대신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우리 삶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 끝이 언제인지 전문가들조차 예측하기 어려워한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작가인 리처드 데이비스가 펴낸 이 책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는 이런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3가지 극한인 생존과 실패 그리고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세계 9개의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여러 가지 위기를 극복한 지역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인도네시아의 아체이다. 2004년 기록적인 규모의 지진해일로 인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위기 이후에 이곳이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전통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기존의 서양식 금융 시스템이 망가졌을 때 이 지역의 금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시스템이 자리를 대신 차지하였고 그로인해 이 지역의 경기는 활성화되었다. 시리아 난민들이 수용되어 있는 요르단 북부의 자타리와 미국에서 가장 큰 교도소인 루이지애나 앙골라 교도소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이 돌아갈 수 없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모습이 도덕적으로나 올바르거나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인지에 대한 질문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2부에서는 극한의 위기에 함몰된 파나마의 다리엔 갭과 콩고민주공화국에 킨샤사, 그리고 영국의 글래스고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다리엔 갭, 풍부한 자원을 두고도 극심한 분쟁과 갈등을 겪는 킨샤사, 최고의 산업 도시에서 파산의 도시로 추락한 글래스고는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지역들이다. 좋은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 지역들의 실패 원인과 과정을 분석하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던 자연을 훼손해서 오히려 지역 경제가 망가진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의 산업 구조에만 매달리다가 지역 경제가 침체된 사례들도 발견할 수 있다. 잘못된 정책과 시스템의 부패 그리고 지역 이기주의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패 사례는 국내에서도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바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지역들을 소개한 3부이다. 고령화 문제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꿔 놓는지를 보여주는 일본의 아키타, 디지털 격차가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에스토니아의 탈린, 그리고 칠레의 산티아고는 소득 불균형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지역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결코 이런 위기의 범주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이며, 여러 가지 수치와 지표 등을 통해 디지털 격차와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런 지구촌 곳곳의 사례들을 우리에게 소개한 가장 큰 목적은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해서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사례와 잘 된 사례 양쪽 모두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따를 것인지를 연습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눈앞에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직무유기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얼마나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체험하였다.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앞으로 등장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밝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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