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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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족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져서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일은 이 세상 모두가 피하고 싶은 이일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시카 야들리는 전남편 에디 칼의 범행이 밝혀지면서 그런 일을 겪은 당사자이다. 굳건한 의지로 상처를 치유하며 연방검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에게 친구이자 동료인 FBI 요원 케이슨 볼드윈이 찾아온다. 그는 야들리에게 한 달 전에 라스베가스에 일어난 잔혹한 살인 사건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전 남편의 오래 전 범행을 모방한 것이라는 말을 건넨다.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비로소 과거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야들리는 고민 끝에 외면하고 있었던 전남편을 만나러 교도소로 향한다.

 

자신에게 한없이 자상했던 남편이자 사랑하는 딸의 아버지인 남자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자신을 밑바닥으로 추락시킨 전남편을 찾아가 수사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모독이자 돌이킬 수 없는 굴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존심을 앞세우기에는 제시카 야들리는 책임감이 크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인물이었다. 마치 이 게임의 유리한 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전남편과 심리전을 치르면서 힘겹게 힌트를 얻게 되며 용의자를 추적하지만 복잡한 사건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빅터 메토스 작가의 Desert Plains 시리즈 포문을 연 이 소설의 전반부는 라스베가스 부부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피고인의 두고 열띤 공방이 펼쳐지는 재판 현장을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작가의 이력이었다. 아홉 살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며, 열 살 때 단편 소설을 쓴 그는 작가가 아닌 법률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검사로 일하다가 로펌을 창업해서 변호사가 된 그가 현장에서 보고 배운 모든 것을 그의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의료인이 쓴 의학 소설, 물리학자가 쓴 공상과학 소설의 디테일이 남다른 것처럼, 이 소설 속 재판 과정이 매우 현실감 넘쳤던 것은 바로 이런 작가의 이력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직업적 이점으로 인한 현장감뿐만이 아니라 제시카 야들리라는 시리즈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로서의 필력 또한 대단했다고 말하고 싶다. 장르 소설 출판사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선정되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하루 빨리 소개되었으면 한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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