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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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의 세계화를 통해 바라본 인류의 미래, <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우리 부모님과 삼촌, 이모 세대에게 있어서 AFKN TV와 라디오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일상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보물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 우리 조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해외 연예인들과 SNS으로 직접 소통을 한다. 사고 싶은 해외 브랜드 제품이 국내에 팔지 않으면 직구를 하기도 하고, 해외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으면 유학원을 통해 들어가기도 한다. 물리적으로는 수 천,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저 멀리 다른 나라의 많은 것들을 여기서 누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세계화이다. 각 나라들과 수교를 맺고 수출입을 시작한 시점을 세계화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이미 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서는 일곱 번의 세계화가 이루어졌다고 제프리 삭스 교수의 신간 [지리 기술 제도]에서 말하고 있다. 전작들인 [빈곤의 종말],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에서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나누어야 할 화두를 던졌던 저자가 무려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모든 것이 빠르고 쉽게 연결되고 디지털 시대까지 이 일곱 번의 세계화는 연대와 변화 양상은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중요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지리, 기술, 제도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요소들 중 한 가지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 세 가지가 적절하게 상호 작용을 하면서 문명이 탄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산림과 농토가 적절하게 존재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의 경제 성장 차이를 보면 지리가 중요한 이유를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기술과 제도가 부재한 곳에서 지리적 장점이 뛰어나다고 해서 문명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기술과 안정적인 법체계와 사회 조직을 구성하는 행정 능력이 존재하는 그 곳에서 문명은 꽃을 피웠다.

 

우리 인간의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물론 그 이동 과정에서 혹독한 기후와 네안데르탈인의 경쟁 등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신석기 시대의 세계화가 가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농업일 것이다. 수렵채집 활동을 마치고 마침내 한 지역에 정착을 한 인류는 땅을 개간하고 농작물을 심어 길렀다. 농사를 지으며 정착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공간에 머문다는 차원을 넘어 관습과 문화를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자동차 탄생 이전에 인류의 소중한 교통수단이었던 말은 기마시대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중국, 페르시아와 같은 제국들이 탄생한 고전 시대를 거쳐 드넓은 바다를 통해 기술이 퍼지고 교역이 활발해진 해양 시대가 도착했다. 마침내 전 세계를 주무르는 패권국가 미국을 등장한 산업 시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를 통해 저자는 세계화의 양상과 특징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이유로 7번의 세계화를 정리하고 설명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뛰어난 경제학자인 동시에 세계의 불평등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는 지식인으로서 저자는 이 책을 펴냈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인류에게 지혜롭게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건네주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심각하게 여겨야 할 두 가지가 바로 기후변화와 펜데믹이다. 급격하게 자주 발생하고 있는 자연 재해와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전염병 사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단순히 소수의 강대국들이나 일부 지역 국가들의 소규모 연합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저자가 통찰력을 바탕으로 7번의 세계화를 그려낸 배경에는 공통의 위기는 공통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당위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오랜 세월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연구하고 염려하는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진 역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전공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문 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는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 측으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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