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씽맨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 지음, 안현주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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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CTV와 수사 기법의 진화 등으로 인해 범죄 검거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강력 범죄들은 매일 아침 우리가 보는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끔찍한 범죄 수법 등을 다루고 있는 기사들을 읽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런 흉악 범죄의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분노에 대한 내용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비단 현실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범죄 사건들을 소재로 삼고 있는 스릴러 장르 작품들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스릴러 소설들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대부분 범죄 사건들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형사, 탐정, 수사요원들이거나 때때로 가해자나 목격자들이다. 어쩌면 스릴러 소설을 즐겨 읽는 나 자신조차 피해자들의 입장이나 고통보다 사건이 주는 스릴과 서스펜스에 더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21년 한 여름에 만나게 된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의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더더욱 특별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의 네 번째 소설인 낫씽맨낫씽맨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범죄자의 마지막 범행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이브 블랙이라는 한 피해자에게 온전히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센터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짐 도일은 순찰을 돌던 중 한 여성의 손에 들린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 책의 제목인 낫씽맨은 오래 전 코크시티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범죄자 자신에게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그는 곧바로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허겁지겁 읽기 시작한다. 첫 장에서 범죄자의 정체를 공개하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한 이 책은 피해자 이브 블랙이 쓴 책을 책 속의 책으로 삽입해서 두 번째로 독자를 놀라게 만든다. 독자들은 이브 블랙의 회고록과 그 책을 읽는 짐 도일의 이야기를 번갈아 읽으면서 끔찍한 범죄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피해자의 심경을 이해하게 된다. 이브 블랙이 쓴 책에는 본인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 날 범행으로 목숨을 잃은 자신의 가족들과 낫씽맨의 또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 역시 기록을 하였다. 마치 다큐멘터리 기록과도 같은 이브 블랙의 책을 읽으면서 짐 도일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미해결 사건의 가해자인 그는 현재 아내와 딸과 한 집에 살며 멀쩡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범행을 세밀하게 다룬 책을 읽은 짐 도일과 그 책을 쓴 이브 블랙의 거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좁혀지면서 이야기의 끝으로 달려간다.


 

이 책에서도 그랬지만 현실에서 언론들이 범죄자들에게 독특한 별명이나 수식어를 붙여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서양의 경우에는 끔직한 연쇄살인마들이 미디어의 조명을 받으며 마치 스타 취급을 받기도 한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범죄자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사건의 진상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그것을 거름망 없이 받아들여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일부 대중들의 황당한 행태도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목격한 적도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묵직하다. 수사기관과 미디어는 물론이고 대중 역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의 고통을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지지 않는 이상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이 당하는 고통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범죄 사건을 마치 오락거리처럼 소비하는 자세만이라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낫씽맨은 범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 만들어진 별명이지만 이브 블랙에게는 그녀의 남은 생을 해할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은 별명으로 느껴졌다. 현실 속 흉악 범죄자들 역시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존재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비겁한 존재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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