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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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기억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다중인격 장애라고도 불리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스릴러나 공포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정신 질환이지만현실에서는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고 한다콘크리트는 꽤 괜찮은 작품으로 데뷔한 하승민 작가의 차기작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은 어린 시절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둘 이상의 인격이 만들어지는 이 정신 질환을 소재로 삼고 있다. 40대 중반의 여성인 염지아의 내면에는 원치 않은 또 다른 존재인 윤혜수가 있다그리고 몸과 정신의 주인 자리를 지난 19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었었다전남 어느 시골마을인 염지아의 집으로 어느 날 한 청년이 뛰어 들어온다지아의 어머니는 그를 숨겨주지만 뒤따라온 군인에 의해 숨을 거두고 만다그 날의 충격과 상처가 그녀를 온전하게 성장하게 만드는 것을 가로막고 윤혜수라는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 것이다.

 

소설은 어느 깊은 밤 조대산 속에서 염지아가 정신을 차리고 옆에 반쯤 파묻혀 있는 한 여자 시신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영문도 모른 채 기억의 흐름을 따라서 다시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작가는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염지아가 왜 산 속에서 여자 시신과 같이 있었는지 그리고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천천히 보여주고 있다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한 인물을 중심으로 따라가는 구성에 비해 이해가 빨리 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만큼 전체적인 내용이 후반부에 한 눈에 들어오게 되면 그 묵지함은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무엇보다 본인의 의지와 계획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염지아의 인생이 참으로 애통하게 다가왔다그녀가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 등장할수록 이 비극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또 다른 인격이 생길 정도로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하지만 시간이 흘러도어른이 되고나서도 잊히지 않는 과거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누군가로부터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사건일수도 있고배신으로 인해 마음속에 깊은 상흔이 생긴 사건일수도 있다그 과거의 사건의 파편을 마음속에 품고 나아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이들도 있다이 작품은 그런 과거의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이 어떻게 그 고통을 겪고 끝맺음을 하는지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무게감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무려 600쪽에 육박하는 분량을 써내려가면서 중심을 잃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 작가를 칭찬하고 싶다국내 장르문학계의 혜성같이 등장한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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