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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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알려는 어머니의 투쟁 , <어둠의 눈>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의미를 가진 2020년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마도 절대로 잊지 못하는 해로 남을 것이다. 다른 해와 다르게 1월 초, 중국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 증세를 겪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해외 토픽 뉴스가 간간히 전해졌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4개월과 거기에 몇 주가 더 흐른 지금, 우리는 영화 속에서만 봤던 상황을 겪고 있다.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가 이제는 코로나 19라는 공식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 이 무서운 바이러스가 창조해낸 새로운 세상은 이제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어놓았다. 국경 없는 세상에서 이 바이러스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부터 인종차별과 경제 불안이라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일으켰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바로 딘 쿤츠라는 대단한 작가의 아주 초창기 때 작품에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 소설이 40여 년 후의 세상일을 예견했다는 점만으로 관심을 가지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런 엄청난 이슈를 따로 떼어놓고 읽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스릴러 작품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에번스는 젊은 시절 라스베가스의 쇼들에서 무용수로 일하다가 남편 마이클을 만나 대니라는 아들을 낳았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이 세상 하나뿐인 아들 대니까지 불의의 사고로 놓쳐버린 티나는 이제 매직 쇼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막 시작한 이 시점에 그녀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대니의 방에서 발견한 한 문장으로 인해 그녀의 4일간의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짧고 강렬한 4일간의 투쟁을 함께 해주는 또 다른 중요 인물이 바로 엘리엇 스트라이커이다.  


 티나의 가장 큰 아픔은 겨울 생존 전문가가 이끄는 너무나도 안전했던 극기 훈련을 떠난 아들 대니가 다른 대원들과 함께 사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계속해서 대니는 죽지 않았다는 원인 모를 메시지가 전해지고 그녀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조력자로 나선 엘리엇 변호사와의 로맨스, 아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스릴러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SF 미스터리 요소까지 이 소설은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장르 복합적인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여운이 남는 부분은 바로 한 순간에 떠나보린 아들에게 일어난 일을 밝혀내려는 어머니의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였다. 이 모성애 가득한 드라마적 요소야말로 이 작품이 단순히 코로나19 사태와 얽혀 짧게 주목만 받기에는 너무 아쉬운 결정적인 이유였다.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탐구해나가는 용기있고 지혜로운 티나라는 캐릭터는 이 소설을 끝까지 붙들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 대니와 상봉한 티나는 품안의 자식이 예전과는 다르며, 그녀 역시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예감을 한다. 어쩌먼 이 작품의 엔딩 속 모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은 2019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전염병의 엄청난 파괴력으로 무너진 소소한 삶의 부분들을 다시 채우는 동시에 언제 또 다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마음 한구석에 지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히 절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두어서도 안 된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소설 속 티나 대니 그리고 현실의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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