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식탁 - 2019 칼데콧 아너상 수상 스콜라 창작 그림책 76
오게 모라 지음, 김영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눌수록 행복해지는 오무 할머니의 마법"

'할머니의 식탁(오게 모라 글. 그림, 김영선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오무 할머니가 끓인 걸쭉한 토마토 스튜로 연결되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함께 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할머니는 커다란 냄비에 스튜를 끓이며 최고의 저녁을 먹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튜 냄새는 곧 온 동네로 퍼져 차례로 사람들이 찾아오지요. 처음에는 혼자 먹기에 많은 양이라 조금만 나눠주기로 했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스튜는 점점 바닥을 드러냅니다. 할머니가 저녁을 먹기 위해 냄비를 열었을 때는 이미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지요. 그러나 스튜를 먹었던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오고 할머니는 최고의 저녁을 먹게 됩니다.

맨 먼저 할머니 집 문을 두드렸던 꼬마는 음식 대신 편지를 가지고 옵니다. 편지 속에는 '고마워요, 오무 할머니'라는 글이 들어 있습니다. 할머니는 빨간색 봉투에 담긴 글을 가슴으로 가져갑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빨간색 편지가 할머니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식사를 하는 듯 마을 사람들은 가져온 음식으로 차려진 식탁 앞에서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냄비는 비었지만 스튜가 사라진 빈 공간은 사랑과 행복으로 채워집니다. 베풀면 언젠가 돌아온다는 생각도 들고, 얻기만 하지 않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함께 나누어 행복한 이야기는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2019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책의 면지에 <‘오무'는 나이지리아의 언어 이보어로 '여왕'이라는 뜻입니다>라고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글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이름을 통해 책의 배경이 나이지리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지요. 나이지리아에는 언어별로 분류하여 약 250개에 달하는 부족이 있고, 250여 개의 부족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꾸로 오려 붙인 영자 신문이나 지도는 나이지리아의 특수한 배경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언어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작가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할머니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보이는 '똑똑'이라는 글씨는 모두 다른 색깔입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인데 다른 색으로 표현한 점이 재미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전부 찾아와 함께 어우러지는 '똑똑'이라는 글씨는 다채로운 사람들이 만드는 어울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오무 할머니가 만든 스튜를 표현한 꽃무늬에도 다양한 무늬가 있지요. 최고의 음식은 한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들이 잘 섞여 어우러진 맛이 아닐까요. 건물 속에는 앙상한 철근만 남아있지만 사람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나누어 주셨던 스튜의 맛은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나눔과 감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