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깨닫는 주역 - 4상으로 쉽게 이해하는 주역
한수산 외 지음 / 삶과지식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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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혁명> 개정판 <하룻밤에 깨닫는 주역>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일컬어지는 주역을 하룻밤만에 깨닫는다니,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주역>은 일반 사람들에게 '점'을 치는 도구쯤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공자가 받들고 주희가 ‘역경(易經)’이라 이름하여 숭상한 이래로 오경의 으뜸으로 손꼽히게 된 '학문'이다. 주역이 점을 치는 도구가 된 것은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역’의 성격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역의 원리에 따라 흉한 기운을 막고 길한 기운을 찾았다. 한대의 학자 정현은 “역에는 세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간(易簡)이 첫째요, 변역(變易)이 둘째요, 불역(不易)이 셋째다”라고 하였다. 이간이란 알기 쉽고 따르기 쉽다는 뜻이고, 변역이란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뜻이며, 불역은 변하는 것 중에서도 하늘의 높고 땅의 낮음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주역>은 점을 치는 도구를 넘어 한 세계를 아우르는 철학이 담긴 대경대법인 것이다.

주역은 8괘(八卦)와 64괘, 괘사(卦辭)·효사(爻辭)·십익(十翼)으로 되어 있다. 역은 양(陽)과 음(陰)의 이원론으로 이루어진다. 하늘은 양, 땅은 음, 해는 양, 달은 음, 강한 것은 양, 약한 것은 음, 높은 것은 양, 낮은 것은 음 등 상대되는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양·음 두 가지로 구분하고 천지만물은 그 위치나 생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 주역의 원리이다. 일반적인 주역의 해석은 8괘가 두 번 겹쳐(8x8) 64괘가 생성되었다고 보는 반면, 4상으로 쉽게 이해하는 주역에서는 강한 것을 양효( ― ) 약한 것을 음효( ­­‥ )로 표현해 4상으로 표현하고, 4상이 세 번 겹쳐(4x4x4) 64괘가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4상으로 나눠서 설명하는 방법은 엠페도클레스가 주장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지했던 '4원소설'과 묘하게 비슷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의 4가지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의 '4원소설'은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4원소 가변설'로 변형되었는데, 물질의 특유한 성질인 건, 습, 온, 냉이 배합되어 만물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4상의 태양, 소양, 소음, 태음의 성격을 자세히 살펴보면 4원소설과 4기질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는 현재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상이다. 현재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며 '역'의 의미처럼 늘 변화하고 있다. 선인들은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핌으로써 미래를 예측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3가지 모습으로 변화(4x4x4) 하여 하나의 괘를 완성한다는 4상 주역의 64괘는 4상의 양괘가 세 번 연속되는 것을 뜻한다. 기존에 주역 책을 몇 권 보았으나 중간에 읽기를 그만둔 이유는 8괘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는데 4상으로 나눠서 살펴보니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주역 카드가 있어서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올해는 제가 일할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아래 사진과 같은 괘가 나왔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주역 타로>

뽑은 괘는 17번 수괘(隨掛)다. 수(隨)는 따르다, 추종하다, 뒤쫓는다는 뜻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상황에서 행운이 찾아와 실력과 능력 이상으로 대박을 터트리지만, 이후 운의 기운이 사라진다. 엇박자이고 중간의 행운이 미래 행운까지도 가져다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능이 있으면서 자존심이 강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섬으로써 행운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p.194

4상의 괘가 세 번 겹치는 모양으로 생각해보면 과거는 ‘소음’의 상태로 실력에 비해 운이 따르지 않아 때를 기다리며 정진에 힘썼고, 실력보다 인정받고 있는 현재 ‘소양’은 드디어 일할 때가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겸손함을 잃지 않아야 하며, 운이 다하여 제자리인 소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미래를 대비해 더욱더 실력 기르기에 정진해야 함을 보여주는 카드라 생각되었는데 책 속의 해석을 보니 비슷했다. 억지로 괘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4상이 세 번 겹치는 방식으로 이해하니 쉽게 이해되었다.

주역에 관한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책 판매를 위한 과장된 문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로 하룻밤에 다 읽을 수 있었고 쉽게 이해되었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에도 4괘가 들어가 있다. 우리는 태극을 중심으로 음과 양이 변화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국기로 삼은 민족인 것이다. 점을 치는 것을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에 중점을 두면 미래는 불안한 것이 된다. 그러나 나의 운명의 흐름을 알고 시시각각 일어나는 일을 '순리'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면 불안해하며 운명을 따라가는 삶과는 분명히 다른 삶이 될 것이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저 눈앞에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닌, 내가 선택하고 걸어가는 삶. 하룻밤만에 읽는 주역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더 이상 남에게 자신의 인생을 묻지 마라.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은 다르며 그 누구도 내 삶에 정답을 줄 수는 없다. 내 삶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기반이 되어야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삶이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고 따라가기만 해도 다행인 것이 인생이다. 어쩌면 모든 학문은 내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주역을 읽으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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