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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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와인버그는 1967년 오늘날 유일하게 맞고 있는 이론적 모형인 표준모형의 근간을 처음으로 제시한 뛰어난 물리학자로서 1979년 그 공로로 노벨상을 수여받았다. 수학의 군론(group theory)의 그룹에서 가장 간단한 그룹 1차원에서의 유니타리(unitary) 그룹(U(1)), 이차원에서의 특수한 유니타리 그룹(SU(2))의 두 개로서 그는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합을 시도했고 후에 강력을 설명하는 한 단계 더 복잡한 그룹인 3차원 특수 유니타리 그룹(SU(3))더해져 오늘날의 표준모형이 되었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른 수많은 모형이 비교적 쉽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더 복잡한 그룹을 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폐기된 모형은 매우 많으며 아직 살아남은 모형들은 자연의 사태와 일치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 하나도 안 맞는 것이다.
    
와인버그는 이미 80세를 넘긴 분으로 교양 물리 서적도 많이 출간했는데 작년에 출간된 이 책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To explain the World)'으로 보아 그 연세에도 꾸준히 무엇인가 지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 존경이 간다. 이 책의 내용은 고대 물리로부터 근대물리 및 현대 입자 물리를 아울러 인류의 과학적 접근 방법이 어떻게 발전해 왔나를 매우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필자가 지적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고대로부터 중세 근대 및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가 내놓는 지식의 크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준해 직접 본인이 계산도 한 흔적이 보일 만큼 몰두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박한 지식은 수많은 참고 문헌을 읽었다는 것이거니와 현대 물리에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긴 그의 과학을 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우선 비판도 서슴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논리에 아주 벗어난 비판은 없다. 물론 비판이라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과 그 후의 중세 시대에 벌어지는 신학과의 긴장 상태, 신학과의 화해가 되었을지라도 여전히 원인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에서 결국 뉴턴의 근대 물리를 그는 혁명으로 간주하며 오늘날 물리학은 뉴턴의 사고 체계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단언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갈릴레이 즈음에 실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자연스레 유럽 사회는 기발한 인공적인 환경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실험적 정신이 근대 물리의 기초가 되었고 자연은 그 환경에서 만이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불규칙한 적으로 간주되기 시작되었다. 즉 관찰이나 실험적 방법이 없이 오로지 이성을 동원하여 무엇인가를 밝혀내고자 한 근대 물리 전의 사유가 잘못되었음을 인류는 인지한 것이다
   
진정으로 근대 물리 이후로 과학의 진보는 관찰과 실험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화된 원칙이 제안되고 원칙으로부터의 유도를 새로운 관찰과 실험으로 검증되어 왔다. 이성을 올바르게 이끌어 과학의 진실을 찾는다는 데카르트의 방법(?)은 거의 모두 틀렸으며 설령 과학의 방법론을 주장한 베이컨이 있었을지라도 이 두 사람이 근대 물리로 이끌만한 동력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와인버그는 주장한다.
    
과학 이론이 오로지 이성에 의존해야 한다는 중세 사상은 중력의 작용에 대한 단순한 가정의 뉴턴을 공격했다. 당시에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로부터 심각한 비판에 직면한 뉴턴의 중력 법칙은 수많은 영역의 다른 현상들을 정확히 설명하는 간단한 수학적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후에 인정되었다. 물론 근대 물리로부터 사유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현대 과학의 입지가 공고히 해졌고 그로 인하여 현대 과학은 비인격적이고 초자연적인 개입이나 행동주의 과학의 바깥에 있는 인간의 가치를 고려할 여지가 없게 되었다.

이유야 어떻든 과학은 실험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고 현상들을 보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이 있음이 분명해졌고 오늘날 세상은 뉴턴 시대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통일적인 자연법칙들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 입자 물리의 표준모형은 수학만으로 유도되지 않을뿐더러 철학적인 예측의 논증으로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학적인 기준으로 방향을 틀고 많은 예측들이 성공하면서 검증된 추론의 결과로서 자연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아직 남아있다.
    
와인버그는 환원주의가 맞는가 하는 문제에 정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같은 물리학의 분야에서도 고체물리학자들의 창발성에 관한 연구로서 열, 상변이 현상 같은 거시적 현상이 기본 입자들의 상호작용과는 무관한 것이 밝혀졌음을 예로 든다. 더 나아가 그의 관점에서 생명에 대한 이해는 물리와는 달리 목적론적 원리에 의해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그럴지도 모른다.
    
책 전체는 고대로부터 물리를 시대 순으로 정리하되 군데군데 예로서 현대 입자 물리의 얘기도 집어넣고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헬레니즘 시대 이후 아랍의 과학에 대해 매우 자세히 써진 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 비난 같은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약간 의아스러운 것이 그 옛날 자연의 현상을 통합적으로 체계적으로 이해하려 한 그의 천재적 노력이 비록 오늘날 많은 부분이 틀렸다고 논하는 것은 그때 생존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를 약간 비하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와인버그도 그가 천재라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여하튼 그의 영향력의 쇠퇴야말로 근대 물리를 이르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은 자명하다. 물론 베이컨과 데카르트의 업적이 과장되었다고 절하 시키는 데는 동의한다
    
매우 훌륭한 책, 이미 고령의 나이에 접어든 와인버그의 장수를 빌어 마지않고 끊임없이 지적 활동을 하는 그 표본은 책을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다.
    
물리학에 관해 전 시대를 아우른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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