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에서는 이성과 감성의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우선 지성 편향의 문화가 주되었던 것은 이성이 다루기 편해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객관적 보편성의 속성을 보인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고 감성적인 측면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인간 본연의 두 본성 때문이기도 하고 설령 주관적 특수성을 담보로 하더라도 이에 대한 준거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이성뿐만이 아니라 감성적 능력을 포괄하는 인간의 전인성이 고려될 때 인식론의 철학적 담론은 비로소 닫혀 질 수 있다.
감성적 인식의 학문, 즉, 감각적 인식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미학’이다. 이는 미와 예술에 대한 이론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것으로 근거 부여를 인식론의 입장에서 다뤄야 하며 무엇을 평한다는 개념 대신에 왜 그러한 판단이 일어나고 이를 어떻게 인식론적으로 체계화 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행위는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비록 직관을 통해 어떤 것을 논증한다손 치더라도 주관성이 너무 개입되면 논증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거나 이런 접근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
상대적으로 철저한 객관성이 개연적이든 참적이든 보장되는 이성 분야에서의 인식론은 객관성을 담보로 강한 힘을 발휘할 수가 있고 논증이 많이 될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약 논리적-지성적 표상과 감각적 표상을 유비 관계에 놓을 수 있어 미적 진리 개념을 논할 수 있다면 ‘미학’이 철학의 한 세부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비록 미학이라는 분야가 부분적으로 고대로부터 존재해 왔으나 이성과 감성을 유비 관계로 놓을 수 있음을 논증함으로서 본격적으로 미학을 정초한 이가 비움가르텐이라 한다. 그는 감성에 대한 논증을 최초로 시도한 인물로서 철학에서 이성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받았고 소외된 감성을 넘어 비로소 이성과 감성의 긴장을 고조시킨 장본인이다. 칸트도 이에 영향을 받았고 그의 미학을 인식론적으로 정초하는데 연계가 있다.
미학은 예술 전반과 더 나아가 인간의 취미 활동으로서 그림이나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성적 행위들에 대한 인식론적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칸트의 미학론은 순수이성의 대상 인식 개념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즉, 대상 인식을 주관과 떨어져 있는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고 직관되는 객체의 주관성의 인식 조건을 따른다는 그의 순수 이성의 관점은 미학에서도 미의 존재론적 관점을 벗어나게 하는 대신 객체의 미적 판단의 보편성을 논증함으로서 이루려 하고 있어 같은 관념의 연장선 상에 있다. 미적 감각이라는 것은 다분히 주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판단을 어떻게 할지, 더 나아가 이를 학문의 장으로 끌어올리려면 이성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의 많은 부분이 이에 할애되었고 어찌 보면 그 후의 철학자들은 그것의 확장적 개념의 표상이 아닐까 한다.
이 책 '미와 예술'은 고대 중세에서의 미의 개념을 포함하여 무언가 미학으로서의 독자성이 시작될 지점의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를 다루고 사실 상 미학을 철학의 한 분야로 정초한 비움가르텐을 소개한다. 그 직후 칸트에 의해 미학이 논증적으로 집대성되는데 그의 순수이성에서의 인식을 감성에 까지 일반화하여 미적 판단론이 완성되었다. 헤겔과 쇼펜하우어, 하이데거를 다루며 아도르노에서 끝을 맺는다.
두고두고 읽어 볼 매우 훌륭한 책. 아름다움이 뭔지를 철학적으로 정초한 인류의 지성적 산물이 미학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