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유효숙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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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만큼 인간의 감성을 치우친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없을 듯싶다. 비록 타인의 고통일지라도 겪어야 하는 그 자체로서가 끔찍한 것은 꼭 죽음만이 아닌 것이 부수된 상흔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이 가족 등과 연결될 때 감성의 극단적 결과로서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듯싶다. 전혀 자신들의 의지가 연관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고통은 그렇게 생겨나며 더욱이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귀환에 대한 희망과 절망의 교차로에서의 고통은 결론지어진 것이 아니어서 더욱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은 그런 소설이다. 2차대전의 종전이 다가올 무렵 그녀의 남편이 수용소에서 돌아오는지 못 돌아오는지에 관한 그녀의 고통 가운데에서의 기다림에 대한 보고서이다. 레지스탕스였던 그녀와 그의 남편은 게슈타포에 체포되는데 남편만 끌려가고 수용소에 갇혔다는 소문만을 듣게 된다. 1944년 경이므로 전쟁 막바지이며 그녀는 모든 수단 방법을 강구하여 그의 정확한 행방을 수소문하려 하는 과정에 죽었을지도 모를 그의 실재에 대한 절망감과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희망 속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고통은 그녀로 하여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남루하게 만든다.

아무 소식이 없다. 빛이라고는 비치지 않는 적막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작가는 생환의 바램을 위해서 적군도 아군도 소용이 없는 감성이 되어 버린다. 그저 살아 돌아와만 준다면 나치에게 감사할 뿐이고 레지스탕스의 일도 나치 장교와의 일탈도 D라고 불리는 친구도 적어도 그가 살아 돌아올 때까지 붙들 수밖에 없었던 수단이었을 뿐이다. 파리가 해방되고 난 후 돌아온 그의 남편은 보름여 미음으로 해결해야 죽지 않는 기괴한 몸으로 돌아왔을 뿐 아니라 거품이 나는 녹색의 끈적거리는 그의 변은 보름 동안 계속되었다.

1943에서 1945년의 짧은 기간 동안 그녀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저항군에 속해 있다가 남편만 수용소로 보내지는 참상을 겪고 일원이던 D라는 남자의 도움을 받고 남편을 체포한 게슈타포에게 도움을 얻고자 그녀의 정부가 된다. 돌아온 남편이 어느 정도 낫자 그녀는 이혼을 요구하는데 D와의 결혼을 위해서였다. 게슈타포가 잡혀 재판을 받을 당시에 그녀는 그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증인으로 나와 하게 되는데 결국 그는 총살당한다.

3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그녀는 기다림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인간 그 어느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모두 전쟁의 책임이라고 돌리기에 충분하기도 하지만 그녀 자체가 그 고통으로 적국과 아국을, 또 애국자와 매국자를 보는데 혼란스러운 심상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전후 그녀는 나치 협조자를 처벌하는데 한몫을 하기도 하지만 게슈타포와의 관계 때문에 그녀의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한 개인이 어찌 살 건 그의 인생이지만 전쟁이 낳은 이 희대의 일련의 한 인생의 역정에 뒤라스를 비난하기보다는 고된 그녀의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문장이 거의 모두가 1형식으로 짧지만 그녀의 고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자전소설. 긴 소설 하나와 짧은 소설 몇 개로 이루어져 있는 책으로 게슈타포 얘기는 짧은 소설의 첫 번째이고 그녀가 그의 정부였다는 얘기는 암시하듯 한 문장으로만 나온다. 물론 해설서에는 그렇게 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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