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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 - 대한민국 아줌마 리얼 생존 분투기
김현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서울신문에 나온 [우리말 여행]에서는 ‘아줌마’를 이렇게 정의한다. 결혼한 여성을 허물없이 호칭 또는 지칭하는 말. 염치는 물론 예의도 없고, 촌스럽고 교양도 없다는 부정적 의미가 덧씌워져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 한다. 그러면 아주머니의 정의는 무얼까. 호칭을 제외하면 ‘남남끼리에서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어디를 찾아봐도 아줌마라는 단어가 긍정적이지는 않다. 정작 아줌마인 나만 해도 그렇다. 아가씨일 때에는 어쩌다 우연에라도 ‘아줌마’란 소리라도 듣게 되면 무척 기분 나빠 했다. ‘아줌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뽀글뽀글한 머리에, 버스나 지하철에 빈자리가 나면 가방부터 집어던지고, 뻔뻔하고 억척스럽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아줌마가 되어보니 그런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 이해가 간다. 미용실 한 번 가는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머리 손질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독한 약으로 파마를 하고, 살림에 아이들 뒷바라지에 생계를 꾸리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차를 타면 체면불구하고 빈자리부터 찾게 되고,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얼굴에 철판 깔고 뻔뻔해지고, 한 푼이라도 아껴가며 가족의 내일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엄마’의 또 다른 이름이 ‘아줌마’라는 것을 내가 아줌마가 되고 나서야 진심으로 알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이 책은 힘없는 대한민국에서 고난의 삶을 당당히 이겨내고 있는 용감하고 힘센 아줌마들의 생존기라고.

100만원이 절실해서 아등바등하는 아줌마들. 십년 전에도 100만원 버는 것이 소원이었건만, 여전히 100만원 버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 돈 개념을 배우는 내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돈이 100만원이다. 7살 아이는 100만원만 있으면 장난감도 마음껏, 여행도 마음껏,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7살 아이에게 100만원은 부족함 없는 삶을 의미한다. 현 정권에게 100만원은 서민들의 만족스런 삶을 의미하나 보다. 그럼 그들의 삶에서 100만원은 어떤 의미일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된 일을 하면서 하루라도 제대로 쉬는 날을 꿈꾸지만, 비정규직이라도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꿈꾸는 아줌마들. 계약기간 만료되어서 일터에 나갈 필요가 없어지면 쉴 수 있는 나날이 계속되는 걸 오히려 두려워하는 아줌마들. 그들을 그렇게 일하는 기계로 만들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돈이다. 그 돈을 아줌마들과 멀어지게 한 것은 다른 아닌 대한민국이다.

철없는 남편들로 인한 피해자, 싱글맘.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싱글맘들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의 아픔은, 노고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손가락질하고 수군대기 바쁘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렇게 억척스러우니 남편이 바람나서(혹은 부인에게 정이 떨어져서) 헤어졌지. 쯧쯧.”라고. 나면서부터 억척스런 아줌마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벼랑 끝에 몰아 놓고 살려고 버둥거린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랑 무엇이 다를까. 무턱대고 비난하기 보다는 그 이면을 한 번 살펴봤으면 좋겠다. 비단 아줌마들뿐이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에 대하여.

돌봐주지 않는 대한민국이라는 집 안에서 절로 크는 아이 같은 서민들. 이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아줌마들을 통해 진보와 개혁, 노동과 복지 문제를 화두로 던지고, 에필로그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지은이의 심정에는 십분 공감이 갔으나, 과연 이렇게 해서 이 해결책이 얼마나 실현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 해결책이 어차피 정책을 바꾸거나 새로 만드는 일인데, 그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들이 이 책을 한 번이라도 들춰볼까. 혹 그런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생각과 의지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공감하며 눈물 흘리다 책을 덮고 나면 씁쓸한 한숨만 짓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기대는 곧 있을 총선에서 지은이와 같은 생각과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 당선되어 조금이라도 아줌마들이 숨 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려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IMF를 시작으로 내 집 마련, 대학 등록금, 육아를 비롯한 저출산 문제가 줄줄이 맞물려 있는데 현 정부는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외면하려고만 한다.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일과 살림, 양육 사이에서 이중고를 넘어선 삼중고를 겪으며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이 엄마는 아줌마가 될 수밖에 없다.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서민들의 문제 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결이 된다면 이 도미노를 멈출 수 있다. 20대 80사회. 상위 20프로와 하위 80프로. 이제는 20프로를 위한 대한민국은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80프로가 있어야 20프로도 있고, 대한민국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줌마는, 엄마는 대한민국인 100프로를 지탱하는 힘이다. 상위 20프로든 하위 80프로든 그들의 뒤에는 엄마가, 아내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아줌마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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